지난해 더블우승 영광을 넘어 진정한 명문구단 도약 위해선 미래를 위한 더 큰 투자 절실

이종욱 스포츠레저부장

지난해 K리그 최초의 더블우승을 기록했던 포항스틸러스가 전지훈련에서부터 분위기가 지난해와 확연히 달라 올시즌 심각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포항은 지난해에도 토종축구를 선언하면서 중위권으로 분류됐지만 서울과의 개막전 2-2무승부를 기록한 이후 파죽지세로 치고올라가며 시즌 내내 선두권을 내달린 끝에 더블우승의 위업을 일궈냈다.

지난해엔 걸출한 공격수는 없었지만 고무열·조찬호·황진성·노병준·박성호 등 제몫을 하고, 김승대·이명주·신영준 등 뒤를 바치면서 가공할 공격력을 갖췄었다.

그러나 올해는 그런 포항의 위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주공격수였던 노병준·박성호·황진성이 빠지면서 전술적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상대진영 깊숙히 틀어박혀 위협하던 박성호의 공백과 오른쪽 철퇴를 맡았던 노병준만큼 강력한 위력을 갖춘 대체선수를 찾아보기 힘들고, 필드지휘관 역할의 황진성 공백자원도 만만찮다.

결국 황감독은 이미 K리그에 노출된 제로톱을 기본으로 한 변형전술로 시즌을 맞아야할 형편이다.

반면 K리그 클래식은 올시즌부터 12팀체제로 확정되면서 상하위팀간 격차가 현저히 줄어들어 팀간 치열한 다툼이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에서 확실한 공격옵션을 갖지 못할 경우 승점챙기기가 쉽지 않아 자칫 강등권 우려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포항의 이같은 난국은 지난해 더블우승을 이룰 당시부터 공공연히 제기됐다.

주스폰서인 포스코가 철강경기부진으로 긴축경영의 고삐를 죄면서 지원금 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워 더블우승에 따른 연봉인상요인조차 흡수할 수 없는 상황이 예견됐기 때문이다.

올시즌 포항이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최소한의 체면치레와 지난 2009년 우승이후 4년째 본선진출조차 하지 못한 AFC챔프를 위해서는 강력한 철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누적적자 메우기에도 버거운 포항이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공격력 강화에 나선다는 것도 쉽지 않다.

따라서 주스폰서인 포스코의 결단이 요구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1991년 당시 박태준회장은 드래프트를 거부한 홍명보 현 국가대표팀 감독을 강철전사로 만들기 위해 국가대표급 선수 3명이나 내주는 단안을 내렸다.

이어 지난 1995년 김만제회장 당시에는 홍명보를 잡기 위해 자신보다 더 많은 연봉인 1억에 계약을 체결해 K리그 수비수 1억원시대를 열었고, 이듬해에는 홍명보 1억2천만원, 황선홍 현 포항감독 1억1천만원에 연봉계약을 체결해 억대연봉 선수 2명을 보유하는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이들이 뛰던 95년 포항은 후기 1위 및 종합2위, 96년 전기 2위·후기 3위와 리그컵대회 2위, 97년 리그컵대회 2위를 기록하는 등 포항전성시대 발판을 만들었다.

포항을 이를 바탕으로 2007년 K리그 우승, 2009년 ACL우승 및 피파클럽컵 3위, 피스컵 우승 및 K리그 준우승 2012 FA컵 우승, 2013 FA컵 및 K리그 우승을 이루며 국내 최고명문구단으로 확실히 자리를 매겼다.

그러나 진정한 명문팀으로 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투자가 절실하다.

프로야구 삼성라이온즈가 3년 연속 통합우승이라는 위업을 이루고도 올해부터 미래 30년을 향한 더 큰 투자에 나서기로 한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세계철강경기 부진으로 포스코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지만 포항스틸러스가 한국과 세계프로축구계에서 미치는 영향을 생각한다면 지금 고 박태준 명예회장같은 결단력이 필요한 시기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