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포항시향 초청 협연서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 선보여…음악 꿈나무들 "열심히 꿈꾸라" 조언도

포항시립예술단은 '대중 속으로 파고드는 예술단'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올해 운영 계획을 밝혔다. 이 중 지역 출신 우수 음악인 초청 계획이 포함됐고, 올해 첫 협연자로 피아니스트 최지안 씨를 선정했다.

공연에 앞서 지난 13일 눈길을 뚫고 포항을 찾은 최 피아니스트를 만났다.

대뜸 지역 출신이 맞냐는 질문에 "포항에 부모님이 계신다. 초등학교까지 포항에서 지냈다"는 대답이다.

이어 "어릴적, 본격적으로 음악공부를 하려니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서울에 계시더라. 어쩔 수 없이 서울예고에 진학하게 됐고, 이후 운 좋게 유럽 피아노의 중심지인 베를린 국립음대를 거쳐 밀라노에서도 공부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번에 협연하는 무대는 포항시립교향악단 올해 첫 공연인 '2014년 신년음악회'다. 20일 포항문화예술회관에서 금노상 대전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의 객원지휘로 꾸며진다.

"포항시향과 협연할 무대는 무척 감사하고, 설레고, 떨린다"는 그녀가 선택한 곡은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

슈만이 사랑한 여인 클라라 슈만을 위해 3년에 걸쳐 작업했고, 초연도 슈만이 직접 지휘하고 클라라가 연주한 곡이다. 특히 이 곡은 교향악단과 솔리스트가 동등한 역할분담으로 음악을 돋보이게 하는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이번 무대에 대한 소감을 묻자 여느 공연보다 더 떨리고 긴장된단다.

"다양한 무대에 최선을 다하지만, 순간순간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너무 감정에 치우치나?' '내 소리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등 항상 주위의 반응에 신경을 곤두세우곤 한다. 이번 연주회는 고향분들에게 슈만의 솔직함으로 소통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인지 더 많이 설레고 떨린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감정을 숨길 줄 모르는 슈만의 음악으로 포항시향과 협연자인 저, 그리고 관객이 완전히 하나가 돼 음악적으로 교감 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길" 기대했다.

"사실 지난해부터 매주 포항을 방문하고 있다"는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끌리고 놓을 수 없는 게 고향인가 보다"라는 푸념 아닌 푸념이다.

귀국 후 상명대와 서울예고, 선화예고 등 강의를 비롯해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그녀가 지난해부터 포항예고 학생들을 지도하기 위해 매주 고향을 찾는 것이다.

지역의 음악 교육 환경에 대해 운을 띄우자 "조금이라도 고향에 기여하고자 좋은 마음을 먹고 시작했지만 연주회 등 일이 많아 지칠 때가 있다. 하지만 저를 기다리고 제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해 배우려는 아이들을 보면 꼭 엄마가 된 기분이 들어 멈출 수가 없다"며 "아마 고향아이들이라 그런지 친척 조카를 챙겨야 할 것 같은 그런 기분"이란다.

이어 "기회가 많은 수도권에 비해 지역 학생들이 문화적으로 고립되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포항예고만 봐도 좋은 선생님들이 포항을 찾아 노력하는 게 보인다. 음악적인 교육환경은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지만, 일단 KTX로 포항과 서울이 연결되면 그 또한 앞당겨지리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지역 음악 꿈나무들에게 조언 한마디를 부탁하자 "열심히 꿈꿔라"고 외쳤다.

"포항에는 가슴 탁 트이는 바다가 있고, 산과 들도 볼 수 있다. 또 공장의 야경도 멋있다. 이 모두가 음악인들에게 꼭 필요한 상상력을 깨워 줄 요소다. 다만 아이들이 지역의 소중함을 모르고 눈을 돌릴 시간이 없어 그것이 아쉽다"며 "미래의 자신을 꿈꾸고 노력해 국내외에서 함께 무대에 설 지역출신 음악인들을 기다린다"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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