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에 위기가 찾아올 때, 위기의 돌파구를 헤쳐나가는 건 아마 독립영화일 겁니다."

최근 영화 '시선'을 선보인 이장호 감독이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한국 상업영화가 2010년 이후 처음으로 1분기 점유율이 50% 이하로 떨어지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독립영화의 약진은 두드러진다. 주요 해외영화제에서 잇단 수상을 이어가며 전성시대를 열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이수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한공주'다.

제13회 마라케시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것을 비롯해 선댄스영화제와 함께 독립영화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제43회 로테르담영화제에서도 대상을 받았다.

최근 폐막한 제28회 프리부르영화제에서도 대상을 받았다. 지난 5년간 '똥파리'(2009) '무산일기'(2011) '지슬'(2013)이 보여준 성과와 비견되는 성적이다. 가슴속을 깊이 파고드는 슬픔을 담담하게 보여주는 이수진 감독의 건조한 연출은 최근 한국 상업영화에서는 보기 어려운 드높은 경지를 보여준다.

이용승 감독이 대학원 졸업작품으로 출품한 '10분'의 만듦새도 녹록지 않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20~30대 청춘들이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겪게 되는 슬픈 현실을 담았다. "말 많은 동네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사실만 명심하라"는 대사처럼 현실에 맞닿은 대사들이 팔딱거린다. 부조리한 사회 현실과 꿈을 포기해야 하는 가정사 속에서 삶의 모퉁이로 내몰린 주인공의 처지는 동정심을 자아낸다.

또 다른 여성감독 문시현의 '신의 선물'도 주목해서 볼만하다. 김기덕 감독이 시나리오를 쓴 이 영화는 아이를 원하는 여자와 아이를 원치 않는 여자가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제37회 예테보리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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