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고추유통公, 불…관리 허술, 방만한 경영이 수십억 혈세 낭비, 농민들 볼모로 책임 회피 말아야

정형기 사회 2부 부장

영양고추유통공사에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한지 10여일이 지났다.

이번 화재는 지난 12일 오전 4시39분께 영양군 일월면 재일로에 있는 영양고추유통공사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해 공장건물 600㎡와 고추를 담는 1㎥ 규격 용기 25만개를 전소시켜 75억여원이라는 어마어마한 피해가 발생했다.

오는 6·4지방선거를 준비 중이던 권영택 군수는 예비후보를 사퇴하고 업무에 복귀해 특별교부세 20억원을 요구한 등 수습에 나서고 선거 운동 중이던 영양군의회 의원들도 지난 17일 오후 긴급 임시회를열고 영양군에서 상정한 '영양고추유통공사 시설사업자금 확보 지급 보증 동의(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하는 등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지난 2006년 설립한 영양고추유통공사는 지금까지 수 백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돈 먹는 하마'로 불려오고 있지만 지역 고추 농가들에게 안정적인 농가 수입을 보장한다는 미명 아래 지금껏 운영방법 등 경영 전반에 대해서는 관리감독 기관이었던 영양군도 영양군의회도 불문율처럼 관여하지 않고 운영돼 왔다.

그러나 이번 화재를 계기로 영양고추유통공사가 얼마나 방만하게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됐는지 잘 드러나는 계기가 됐다.

유통공사 내 저온저장 창고에는 출하 시기를 놓친 2011년, 2012년 건고추 수 백만t이 쌓여 있었으며, 대지면적 5만6천100㎡에 건조처리공장 2동, 고추분쇄공장, 저온저장고 등 건축면적이 6천990㎡에 이르는 등 지방 공기업으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지만 야간에는 1명의 경비원이 근무 할 뿐 그 흔한 감시카메라 한 대 없는 것으로 확인 됐다.

또 창고 내에는 건고추 수 백t이 쌓여 있으며, 단지 내에는 이번 화재의 발화점으로 추정되는 고추수매 상자 25만개와 플라스틱 팔레트 수 백개 등 인화성이 강한 물건들이 적재 돼 있었지만 화재에 대비한 소화전 마저 설치 되지 않는 등 부실한 관리로 예견된 인재라는게 공통적 의견이다.

여기다 지난 2012년 12월 서울식약청 잔류농약 검사에서 영양고추유통공사가 납품한 일부 고춧가루에 농약성분이 검출돼 영양군은 긴급 추경예산 5억원을 편성해 농약잔류성분 간이 검사 기기를 구입해 고추유통공사에 설치했으나 지금까지 제대로 사용 할 수 있는 인력이 없어 구입 후 무용지물로 방치하는 등 방만한 경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처럼 고추유통공사에 대해 매년 수 억원씩 자금을 지원하지만 지금까지 경영 전반에 대한 외부 감사나 경영평가 한 번 제대로 없었으며, 고추유통공사 임직원들은 매년 수 천만원에 이르는 성과급을 나눠 가졌지만 누구 하나도 여기에 대해 질타하거나 책임을 묻는 사람도 없었다.

다행히 이번 화재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오는 8월 지역 고추 농가들의 수매 차질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긴급으로 70여억원이라는 국민 혈세를 쏟아 붓게 되는 등 주먹구구식의 책임감 없는 경영으로 또 다시 수 십억원의 혈세가 투입 되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아무도 '돈 먹는 하마' 영양고추유통공사에 대해 책임질 사람·책임지겠다는 사람이 없다.

결국 앞으로 영양군과 영양군의회, 영양고추유통공사는 이번 화재를 계기로 더 이상의 혈세 낭비를 막고 '사후약방문'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책임져야 할 사람들의 분명한 책임감 있는 자세가 필요하며, 더 이상 힘들게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을 볼모로 잡고 방만한 경영과 책임을 회피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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