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대표 사적지 직영 운영, 고용창출·서비스 향상 효과, 관광도시 이미지 상승 한 몫

황기환 경주취재본부장

20대 초반. 강원도 철원에서 겪은 30개월 동안의 군 생활은 고단함과 보람을 함께 간직한 소중한 추억의 시간이었다. 계속되는 교육과 훈련, 경계근무로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정신없이 흘러갔다.

이런 가운데 틈틈이 짬을 내 자신의 고향 얘기를 할 때 난 여느 병사보다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비록 짧은 지식이지만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란 고향 경주에 대해 얘기를 하면 모두들 그렇게 부러워 할 수가 없었다.

반월성과 석빙고, 인근의 계림숲과 첨성대, 안압지, 그리고 토함산의 불국사와 석굴암, 경주 남산, 천마총, 삼릉과 오릉 등등 자세하고 재미난 설명은 아예 있을 수 없는 고향 자랑이지만, 그래도 동료들의 눈방울은 부러움으로 가득차 있었다.

3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경주에는 그때 우물쭈물 거리며 설명하던 수많은 사적지들이 고스란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세월 흐름에 따라 동궁과 월지, 첨성대, 보문호 등 일부 관광지의 화려한 경관조명 설치와 삼릉가는 길, 파도소리 길, 왕의 길, 주상절리 등 새로운 관광상품도 많이 개발됐다.

신라3기8괴 중 하나인 금장대가 복원됐고, 새로운 경주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는 경주동궁원에는 전국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연일 북적인다. 이러한 가운데 경주시는 1천만명 관광객 시대를 넘어 1천200만명 관광객 시대를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그동안 민간에게 위탁운영을 맡겼던 동궁과 월지를 지난해부터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경주의 대표 사적지인 대릉원도 올해부터 직영하고 있다. 그 결과 고용창출로 인한 서비스 향상은 물론 수익면에서도 2배 이상 증가하는 등 직영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무엇보다도 근무자들이 통일된 단정한 복장으로 관광객들을 친절하게 맞이하면서 관광객들과의 마찰이 줄어들었다.

최근에는 국내 최초로 경주지역 21개 주요 사적지에 근무하는 환경미화원들 30여명에게 관광경주에 맞게 기능성과 디자인을 강조한 세련된 근무복을 지급해 관광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국립공원관리사무소 직원을 연상케 하는 문화재 표지판 지정색인 갈색계통의 바지에 미색계통의 밝은색 상의로 만들어진 환경미화원들의 근무복은 타 시군에서 벤치마킹할 정도로 인기다.

경주시는 세련된 환경미화원들의 근무복에 맞게 청소도구도 전용 미니손수레로 바꿨다. 그동안 환경미화원들은 검정색 계통의 통일되지 않은 옷을 입고, 아름다운 사적지와는 어울리지 않은 흉물 같은 다양한 모양의 손수레를 이용해 사적지를 청소했다.

이번에 새로 제작된 실용적인 청소전용 미니손수레는 100㎖ 쓰레기봉투가 쉽게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을 갖춘 규모로, 옆과 뒷부분에는 재활용품과 작업도구를 수납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환경미화원들의 세련된 근무복 제작과 청소전용 손수레 제작에는 불과 수백만원의 예산 밖에 투자되지 않았지만, 국제적인 관광도시 경주 이미지를 높이는데는 훨씬 많은 값어치를 할 것이다.

경주는 신라천년의 도읍지이자 시 전역이 노천박물관이라 할 만큼 세계적인 역사문화관광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공직자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이 똘똘뭉쳐 하나가 돼, 일부 종사자들의 불친절을 하루빨리 청산한다면 1천200만이 아닌 2천만 관광객 시대도 요원하지 만은 않을 것이다.

연간 3천200만명이 찾아오는 10년째 세계 1위 관광도시 프랑스 파리를 마냥 부러워 하고만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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