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꼭 10년 전의 일이다. 당시 서울시가 등록문화재 지정을 추진하고 있던 박목월 시인의 옛집(서울 용산구 원효로 4가)이 돌연 헐려버린 사건이 있었다. 당시 박목월 선생의 옛집 소유주인 맞며느리 송모씨가 다세대 주택을 짓기 위해 건축허가를 받아 집을 헐어냈던 것이다. 원효로 옛집은 박목월 시인이 1965년부터 78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12년 동안 머물며 '어머니', '경상도의 가랑잎', '사력질' 등 대표작을 집필 했던 곳이었다. 소유자가 바뀌기 전까지 박동규 교수 등 자녀 4명이 보존해 왔고, 이들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매각 위기를 겪다 2001년 경매에서 낙찰 받은 송씨가 소유해오다가 집을 헐어버렸다. 서울시가 한해 전인 2003년 소설가 현진건의 생가(종로구 부암동)가 헐린 뒤 근대 문화·예술사에 업적을 남긴 인물의 생가나 집필 장소를 보존하기 위해 등록문화재 지정 작업을 해오던 참에 벌어진 일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헐린 박목월 시인의 옛집과 화가 이중섭옛집(종로구 누상동) 등 13곳을 등록문화재로 지정해 줄 것을 문화재청에 요청해 문화재청이 그 주에 현장 실사를 할 참이었다. 2004년 1월에는 건축업자에게 팔려 철거 될 뻔 한 미당 서정주시인의 옛집을 서울시가 7억5천 만 원에 사들였다. 문화재급의 역사성을 가진 집의 소유주들이 서둘러 집을 헐어버리려 한 것은 지정문화재가 되면 건축규제를 받아 팔거나 형상변경 등 소유주가 함부로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었다.

경주의 박목월 생가와 관련해서도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다. 경주 건천읍내에서 시내 쪽으로 조금 가다가 모량초등학교 바로 옆길로 우회전해 들어가면 목월생가가 있다.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남아 있던 토담집 생가는 헐려나가고 낮은 기와집이 새로 지어져 파란 대문을 달고 있었다. 지역 문화계에서는 늘 생가가 사라진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경주시가 나서서 복원했다. 시가 박목월 시인이 유년시절을 보냈고, 시 '청노루', '윤사월'의 배경이 된 건천읍 모량리에 안채와 사랑채, 디딜방앗간이 있는 생가를 복원하고 17일 개관식을 가졌다. 박목월 시인의 부드럽고 따뜻한 시정(詩情)이 흐르는 지역의 문화명소가 될 수 있게 잘 가꿔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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