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경기 이끌어야 할 심판, 똑같은 상황에 다른 판정 내려, 선수는 물론 감독까지 분통

이종욱 스포츠레저부장

"대한축구협회를 해체하면 됩니다."

지난 1994년부터 1997년까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비쇼베츠가 임기를 마치고 떠나던 날 공항에서 남긴 말이다.

비쇼베츠감독은 재임 당시 기자들의 적이나 다름없었다.

그에게 예외란 것은 통하지 않았다.

1996년 잠실경기장에서 훈련중이던 국가대표팀을 취재하려던 기자들에게 '운동화를 신지 않고서는 그라운드에 들어오지 말라'고 잘라 말했다.

지금은 이 규정아닌 규정이 통용화 됐지만 비쇼베츠는 선수들에게 최상의 경기장을 확보해 주기 위해 기자들과의 힘겨루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이 사례외에도 선수단과 경기장 보호를 위한 것이라면 결코 예외가 없었고, 이로 인해 기자들과 불편해 질 수도 있었지만 그는 당당하게 그렇게 했다.

그런 비쇼베츠감독이 한국을 떠나던 날 "한국축구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가 뭐냐"는 "대한축구협회를 해체하면 된다"고 말한 것이다.

내가 비쇼베츠감독도 아니고, 직접 취재한 것도 아니어서 속대는 알 수 없지만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불신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그 대한축구협회가 브라질 월드컵후 예선탈락한 여러 국가들이 감독책임을 물었음에도 유독 홍명보감독을 재신임키로 했다가 여론의 뭍매를 맞고서야 사죄와 함께 사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지난 16일 FA컵 16강전 서울-포항전을 보면서 '아직도 정신 못차리는 건 마찬가지구나'라는 들게 했다.

이 경기 김종혁 주심은 작정하고 나온 듯 포항의 공격을 끊어댔고, 똑같은 프리킥 상황에서 다른 판정을 내려 역전골까지 만들어 줬다.

이날 전반 35분 서울 미드필드 왼쪽에서 프리킥을 얻은 포항 수비수 김대호가 빠른 공격을 위해 심판 휘슬이 불기전 킥을 하자 가차없이 경고를 줬다.

그러나 연장 후반 9분 포항 하프라인부근서 프리킥을 얻은 서울은 볼을 잡자 말자 바로 킥을 했지만 심판은 그대로 경기를 진행시켜 역전골로 이어졌다.

김대호가 프리킥을 빨리했다면 다시 차도록 하면 되는 데도 경고를 줌으로써 포항 수비를 위축시켰고, 서울에게는 포항이 수비진형을 갖출 기회를 주지 않으면서 역전골을 도와준 것이다.

대한축구협회 축구규칙에 심판 휘슬전 프리킥을 할 경우 경고를 주도록한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이런 판정이 이어지자 평소 자기표현을 아끼는 황선홍감독의 항의가 이어졌고, 자신의 감정을 잘 분출하는 서울 최용수감독은 조용한 이색적 풍경마저 빚어졌다.

경기를 공정하게 이끌어야 할 심판부터 이러할 진 데 어떻게 대한축구협회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하겠는가.

이런 축구를 할 것이면 차라리 비쇼베츠의 말처럼 대한축구협회를 해체하는 게 한국축구를 살리는 지름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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