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준 선생 학문·사상 조명 학술대회 14일 포항시청서 개최, "석곡 서당 복원과 동해·석동·약전 '힐링명소' 조성도 기대"

'2014 포항을 빛낸 인물'로 선정된 석곡 이규준 선생의 학문과 사상을 살펴보는 학술대회가 14일 오후 2시 포항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다. 경북도문화원연합회가 마련한 이 자리에는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이 '석곡 이규준의 저술과 학문세계'를 주제로 기조강연한다. 또 김태우 경희대 교수가 '역동하는 전통 : 석곡 이규준에서부터 소문학회까지'를, 신상구 위덕대 교수가 '석곡 이규준의 삶과 시세계'를, 권오민 한국한의학연구원이 '석곡 선생의 유학사상이 의학에 미친 영향'에 대해 각각 발표한다.

이번 학술대회에 앞서 그동안 석곡 이규준(이하 석곡)을 발굴·연구해온 황인 향토사학자를 만나 석곡에 대해 자세히 들어본다.

△ 석곡은 어떤 인물인가?

이규준(李圭晙1855~ 1923)은 자는 숙현(叔賢), 호는 석곡(石谷), 본관은 월성(月城)으로 1855년 11월 10일 동해면 임곡리에서 태어났다. 유년기에 석동(石洞)으로 이주 후 일생을 그 곳에서 지냈으며 1923년 10월 10일 향년 69세의 나이로 돌아가셨다.

'석곡(石谷)'이라는 그의 호는 유년기부터 '석동'에 지낸 것을 계기로 스스로 '석곡'이라 했다.

석곡이 책을 펴내기 위해 제작한 목판 600여장 중 현재 석곡 생가에 364장이 보관 중이다 .

석곡은 어려서부터 가정이 극빈해서 땔나무를 하고 농사일을 돕느라 시간적 여유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타고난 총명함과 영특한 두뇌로 유학경전과 제자 백가를 독학으로 섭렵했다.

또한 견문을 넓히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유명한 학자들을 찾아 토론을 벌였으나 품은 의문을 풀 수가 없어 고향으로 돌아와 오직 이치를 스승으로 삼고, 성인의 글인 사서오경을 위주로 공부해 마침내 40세에 깨달음을 얻게 됐다.

후에 석곡서당을 열고 많은 제자를 길러냈다. 그는 주역, 천문학 및 의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파고들어 통달했다.

석곡은 황도연, 이제마와 함께 조선말 한국의 한의학을 빛낸 삼대(三大) 의가(醫家)로 꼽힌다.

△ 석곡의 학문과 사상은?

그의 비문 '나의 마음은 황제(黃帝)와 노자(老子)에 유(遊)하고 나의 행동은 공자(孔子)를 수(守)하고자 한다'에 나타난 것처럼 공자로 돌아갈 것을 주장했다.

송나라 유학(宋儒)의 육경주소(六經注疏)를 산삭(刪削·필요 없는 글자나 구절을 지워 버림)함에 무능한 권위주의 선비들로부터 비난과 조소를 받기도 했지만 그 시대에 이론적, 학리적으로 석곡의 육경주소 산삭을 부당하다고 논쟁한 학자는 없었다.

석곡의 유학에 대한 깊은 조예는 의학이론과 임상치료 연구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한의학의 경전 '황제내경(黃帝內經)'과 허준의 '동의보감'을 보완·연마해 저술한 '소문대요(素問大要)', '의감중마(醫鑑重磨)'는 그의 학문적 경지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특히 '부양론(扶陽論)'을 통해 생명력의 대표는 양기(陽氣)이며, 양기를 잘 보존하면 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화(火)가 기(氣)가 되어 지각운동, 호흡, 소어(笑語) 등의 일체 활동을 비롯해 피부를 윤택하게 하고 풍한을 방어하는 등의 생리작용을 해 일신(一身)을 주류하지 않는 곳이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석곡의 뛰어난 학문적 성과와 사상은 오늘날 전국의 한의사들이 소문학회(素問學會)를 만들어 이어오고 있다. 매년 10월 마지막 일요일 묘소를 참배하여 선생의 뜻을 높이 기리고 정기적인 학술대회와 소문캠프 등을 개최해 석곡의 학문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석곡의 저서와 목판본이 많은 것으로 안다.

석곡은 여러 방면에 걸쳐 다양한 책을 저술했다.

직접 저술한 책으로는 서양의 역사와 문물에 대해 논한 '포상기문', 조선 성리학과 이의 당파성에 대해 논한 '석곡심서', 석곡의 시와 산문, 기행문 등을 수집해 사후에 편집한 '석곡산고', 수학을 논한 '구장요결(九章要訣)' 및 신교술세문(神敎術世文) 등이 있다.

그 중 의서로는 '소문대요', '의감중마' '본초-상·하(本草-上·下)' 등이 있다. 2010년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는 석곡의 저서 '석곡산고', '석곡심서', '포상기문' '의감중마(목판본, 필사본)' 5종을 국역 발간했다. 그리고 석곡이 책을 펴내기 위해 제작한 수족도, 장부도 등의 목판 600여장 중 현재 남아있는 364장은 2009년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548호로 지정·보관되고 있다.

포항시에서도 석곡 선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09년 3월 그의 고향 동해면에 석곡도서관을 개관해 운영 중이다.

△ 이번 세미나를 통해 기대하는 바는?

최근 들어 소문학회(素問學會) 등을 통해 석곡의 한의사학적(韓醫史學的)측면이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석곡은 한의학자를 넘어선 유학자다. 유학에 대한 깊은 조예를 의학이론과 임상치료를 통해 증명하고자 한 것이다.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대유학자 석곡 이규준에 대해 깊은 연구가 이뤄지길 바란다.

또한 내년 석곡 탄생 160년되는 해를 맞아 석곡 이규준를 더욱 깊게 조명하고, 석동에 위치한 석곡 서당이 복원되길 바란다. 관계 기관과 함께 다양한 연구가 이뤄져 동해·석동·약전이 하나의 힐링을 꾀할 수 있는 장소로 조성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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