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신·인·용·엄 5덕 갖춘 창의적 인물 배양 선양돼야

"우리가 대망하는 인물은 경천위지(經天緯地)하는 옛 재상의 기(器)나 호풍환우(呼風喚雨)하는 명장도 아니다. 지극히 상식적이어서 좋다. 다만 언행이 일치하여 솔선궁행하는 사람, 청렴강직하되 무능하지 않아 말단의 부패까지 불식(拂拭)통솔하는 능이 있는 사람, 앞날의 정치적 생명을 개의하지 않고 목숨까지 걸어 국정의 대의에 임하는 사람! 우리는 오직 이런 지사적인 인간만이 이 시대를 구제할 수 있다고 본다" 조지훈 저, '지조론'의 인물론이다.

박근혜정부가 창조경제를 말한다. 창조는 창의에서 출발한다. 창의의 원천은 인간이다. 우리는 늘상 '선진국'을 말해왔다. 현존 20개 선진국에서 8개국만이 지하자원을 가지고 선진국이 되었고, 일본 스위스 오트레일리아 네들란드 덴마크 룩셈부르크 벨기에 싱가포르 등 12개 나라가 지하부존자원 없이 거의 인적자원을 가지고 선진국이 되었다. 한국이 가야 될 길은 먼저 간 선진국처럼 창의적인 인물을 배양하는 것이다. 능력 있는 인간 진정한 인물이 요구되는 시대다. 본지가 인물을 찾아 나선 이유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재직당시 한 행사장에서 육영수 여사와 함꼐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 생가보존회 제공

인물이라 하면 보통사람들보다 뛰어난 식견을 가졌거나 앞서가는 사람을 말한다. 서양에서까지 애독하는 '손자병법'은 장군의 덕목으로 지(智)·신(信)·인(仁)·용(勇)·엄(嚴)을 강조하였는데 다섯 가지를 다 갖추면 인물이라는 얘기다.

인물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논의되는 만큼 본지는 다양한 인물을 만날 것이다. 인물은 그릇과 격이다. 그릇은 능력이요 격(格)은 인품이다. 흔히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난 사람'이라하고, 인격이 훌륭한 사람을 '된 사람'이라하고, 지식을 많이 가진 사람을 '든 사람'이라한다. 난사람 든사람 된사람이 인물이라는 것이 상식으로 통하고 있다.

우선 조지훈이 말하는 인물은 높은 권좌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 대의를 위해 행동한 옳은 사람이 인물이라는 것이다. 큰 대의까지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우리 공동체를 위해 기여해온 작은 대의를 실천한 인물들이다. 옛날 초등학교 졸업장을 울음바다로 만든 졸업식 노래다. "부지런히 더 배우고 얼른 자라서 새 나라의 새 일꾼이 되겠습니다." 각계에서 성실히 일하는 일꾼이 인물이다.

본난에서는 따뜻한 인격으로 공동체에 이바지하고 더불어 살아온 인사들의 진면목을 발굴하여 소개한다. 비록 학력이 변변치 않은 사람이라도. 고대소설 '흥부전'의 흥부는 선한 성품을 가진 인물이다. 탐욕스러운 자신의 형이 유산을 독차지 하여도, 형 집에 양식을 얻으러갔다가 문전 박대를 당해도 평상심을 잃지 않는다. 큰 부자가 되고 난 후에도 패가망신한 형 놀부를 자기 집에 데려다 산다. 후기자본주의 시대에 흥부의 인성이 요구되며 보기 드물지만 현재에도 실재로 있다. 1970년대 후반 충북 음성에서 반 거지로 살던 60대 후반의 최귀동은 얻어먹을 힘조차 없는 거지들에게 밥을 얻어다 주는 일을 시작했다.

시류에 편승해 출세를 했더라도 아무것도 한 업적이 없다면, 운이 좋아서 돈 좀 벌었다고 돈을 과시하는 천박성을 드러내거나 그 반대로 돈을 숨기고 꼬질꼬질하게 사는 사람은 결코 인물이 아니다. 시정잡배와 하등 다를 게 없을 것이다. 그릇과 격이 모자란 사람이 권력과 명예와 재산을 쥐고 백성들의 뼛골을 빼먹는다면, 육십이 넘어서 귀가 순하지(耳順) 않고, 칠십이 넘어서 법도에 어긋나는 행동이이 있다면 어찌 인물이라 할 수 있겠는가.

아울러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모여서 관계하고 협력하여 공동체를 형성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있는 인적 네트워크도 소개할 것이다. 본난을 통하여 새로운 인물이나 그동안 서로 알지 못한 인물들이 또 다른 인적네트워크로 탄생되길 기대한다. 흩어진 좋은 인물들도 모이면 시너지를 발휘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인물을 키워야 한다. 하지만 오히려 인물이 드러나면 짓밟고 헐뜯어 온 것이 지역의 풍토다. 나보다 유능하면 뒷다리를 건다. 지양돼야할 폐단이다. 주변의 인물들을 알아보고 키워주고 밀어줘야한다. 초등학교 졸업식노래 3절이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우리나라 짊어지고 나갈 우리들 냇물이 바다에서 서로 만나듯 우리들도 이다음에 다시 만나세"처럼.

격동기를 살아온 현대의 인물 가운데는 세상을 바꾸거나 바꾸는데 생애를 바쳤음에도 이념이나 신분의 장벽에 가려져서 제대로 평가를 받아오지 못한 인물이 적잖이 있다. 분단의 상처로 인한 이념갈등으로 나와 다른 진영의 인물은 인물로 평가하지 않아왔다. 이들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이루어져야한다는 문제의식이 필요하다.

본지가 인물을 찾아나서는 것은 1차적으로는 오늘날 지역적인 문제나 국가적인 난제를 앞장서 해결할 리더십을 발휘할 지도자의 시대이기도 하거니와 인물이 물질과 문명 그리고 사회발전을 만들어온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또한 갈수록 팍팍해져가는 무한경쟁의 자본주의사회에서 사람들과 더불어 살 줄 아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는 세태에서 따뜻하고 바른 전인적인 인물이 필요하다는 시대요청에 부응하기 위함이다. 지난해 여름 이탈리아에서 온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때 국민들의 열렬한 환호는 답답한 현실에 기댈 인물을 갈망하고 있다는 것을 웅변해주고 있는 것이다.

본난은 시대마다 앞장서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선현들의 행적과 그들이 벗어날 수 없었던 한계성까지 사실대로 기록하고자하는 우리시대 인물보고서를 지양한다. 인물을 통해 우리사회의 희망을 발견하고 미래의 길을 열고자함이다. 대낮에 등불을 켜서 다니는 이유에 대해서 물으면 "나는 사람을 찾고 있오."라고 대답한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의 심정으로 인물을 찾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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