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 스포츠레저부장

옛말에 사후약방문이라는 말이 있다.

죽은 뒤에 약방문(藥方文)을 쓴다는 뜻으로, 이미 때가 지난 후에 대책을 세우거나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뜻이다.

이와 비슷한 속담으로도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 '말잃고 마굿간 고친다', '굿끝난 뒤에 장구친다' 등 미리 대비했으면 될 일을 뒤늦게 소용없는 짓을 한다는 교훈이 담겨있다.

우리는 흔히 '사람은 참 똑똑한 데도 경험하지 않으면 인정하지 않는 나쁜 버릇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한다. 모두가 어떤 일에 있어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것들을 소홀히하다 재앙을 겪고 나서야 교훈을 얻는 어리석음을 탓하는 것이다.

우리들 곁에는 인간의 이같은 허점들을 경계하는 이야기들이 허다하지만 요즘 우리 사회를 보노라면 그같은 교훈들을 잊고 사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뒤 국정운영에 있어 최우선 과제로 '안전한 한국만들기'를 내세웠지만 지난해 발생한 세월호 여객선 참사 등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숱하게 터져 나왔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는 어쩌면 당연히 나타날 수 밖에 없는 필연적인 사태라고 생각된다.

안전한 한국만들기를 국정과제로 내세웠던 정부가 어느날 국민 편의증진을 위해 '규제개혁'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물론 시대적인 변화의 틀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불필요한 규제로 인해 국민들이 겪는 불편함을 해소시켜 준다는 차원에서 이 조치는 참으로 환영할 만한 것이라 본다.

하지만 불편해소를 위해 안전을 포기한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 사태가 빚어질 수 밖에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찰청이 지난 2011년 시행에 들어간 운전면허시험 간소화라 볼 수 있다.

경찰청은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취임이후 규제개혁 의지를 밝히자 이 사례를 들어 "제도 개선이후 교통사고 감소 등 큰 성과를 거뒀다"는 아전인수격 홍보에 열을 올렸다.

운전면허시험 간소화는 그야말로 시동켜고 앞으로만 전진만 할 줄 아는 운전자를 양산해 냈고, 이로 인해 교통사고 증가는 물론 운전에티켓조차 모르는 운전자로 인한 교통체증 유발 등 숱한 문제점이 나타났음에도 경찰은 오히려 희한한 자료를 근거로 제도개선 성과를 홍보한 것이다.

그러던 경찰청이 지난해 말 스스로 그 문제점을 인정하고, 올해부터 폐지됐던 T자나 S자형 등 굴절·곡선도로 주행, 방향전환, 경사로 주행 같은 시험 항목을 되살릴 방침이라고 한다.

이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규제개혁이라는 작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 국민의 안전을 포기한다면 우리 사회는 결코 안전해 질 수가 없다.

비록 뒤늦은 감은 없지 않지만 경찰청의 이같은 변화노력은 참으로 칭찬받고 환영할 만한 자세라고 본다.

차제에 우리 정부가 그동안 규제개혁이라는 미명아래 국민의 안전을 소홀히 했던 게 아닌지 되돌아보고, 국민불편해소 보다는 누구나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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