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땅 무을서 지역 최초 벼 이모작 시범재배 도전

소 먹이를 주고 있는 양원호씨.

"올해 무을면에서 벼 이모작을 시범 재배해 보겠습니다"며 당찬 포부를 밝힌 양원호(42)씨는 무을면에서 자라 한번도 고향 땅을 떠나보지 않은 전형적인 농사꾼이다.

지역에서 최초로 시도하는 벼 이모작은 하우스 재배는 생산량이 적어 널리 보급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나 지구온난화로 농지에 2모작이 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양씨는 웅곡리 농지 2천여평에 직접 육묘장에서 재배한 조생종인 설래미를 3월 중순께 모심기를 해 7월 초순께 1차 수확한 후, 이 후 조평벼를 모심기해 11월 초에 수확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재 무을면 탑라이스 재배단지 회원으로 2만 5천평의 농지에서 쌀을 생산하고 있으며 웅곡리 집 인근에는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5마리의 한우가 벌써 100마리로 번식해 지역에선 몇 안되는 억대 농부로 활동하고 있다.

"처음에는 복합영농을 한다고 시설재배와 벼, 한우 등 여러가지를 시도해 봤지만 무을면은 식양토로 벼 재배에 가장 적합한 토질과 기후조건을 가지고 있어 벼생산만 잘해도 잘 살수 있다는 생각입니다"라며 "하지만 요즘에는 벼 생산도 무을 탑 라이스 단지에 회원으로 가입돼 있어 생산에서 판매까지 공동으로 하는 만큼 여유 시간이 많이 생겼다"면서 양씨는 이러한 여유시간을 이용해 새로운 영농기법을 연구해 앞으로 고령화된 농촌에서 '맛좋은 벼' 생산량을 늘리는 재배기술을 개발해 보급해 나가겠다는 학사 농민으로 자리잡고 있다.

△현역 대신 선택한 농사일, 이제는 어엿한 학사 농업인

무을면 웅곡리에서 양희윤씨의 2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난 원호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군대에 보내기 안쓰러워하던 아버지가 현역 대신 산업기능요원 농업 1기생으로 병역 특례를 권유하면서 농사와 인연을 맺었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를 도우며 농사일을 거들었던 양 씨는 별 다른 거부감 없이 쉽게 아버지의 권유를 받아들였다.

그렇게 아버지에게 자연스레 농사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받은 양 씨는 1996년 군 복무를 마치자마자 농업경영인회에 가입해 본격적인 농업인의 길을 밟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양 씨는 "어릴 때부터 농사가 싫지 않았다. 할아버지 아버지와 농사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농사일의 매력에 빠진 것 같다"며 "다들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나갔지만 나는 그 당시도 지금도 땅을 보면 돈이 눈에 보인다"고 말했다.

잠시 중단했던 학업도 마쳤다. 2001년 당시 상주대학교 농학과를 졸업한 양 씨는 이 후 경북농민사관학교도 수료해 동네에서 유일한 학사 농민이다.

그 당시 아버지와 함께 일구던 땅 3만3천㎡(1만여평)과 소 30마리는 현재 8만2천500㎡(2만5천여평), 소 100마리로 늘어났다.

양 씨의 1년 매출은 1억5천만원 정도로 동네주민은 무을면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억대농이라고 귀띔했다.

△천혜의 땅. 무을! 탑라이스 재배단지

이러한 양 씨의 성공에는 비옥한 무을의 토질과 탑라이스 재배단지 회원 가입이 한 몫 했다.

무을면은 예로부터 수도작(벼농사)을 하기에 천혜의 환경을 갖춘 식양토로 유명하며 1982년, 1983년 두 명의 전국 다수확 증산왕을 배출했으며 1984년 기록한 990㎡당 1천6kg의 수확량은 아직 전국 최고 기록으로 남아있다.

지난 2008년부터 수입쌀에 대비하기 위해 전국 쌀 재배단지를 중심으로 결성되기 시작한 탑라이스 재배단지는 우리 입맛에 맞는 쌀 생산을 목표로 전국 200여개의 단지가 조성됐다.

단백질함량 6.5%이하 완전미 95%이상의 최고품질 쌀을 생산하기위한 농촌진흥청의 쌀 프로젝트 사업인 탑라이스 재배단지는 까다로운 재배 메뉴얼로 대부분 단지들이 중도탈락했지만 무을 탑라이스 단지(회장 전용조)는 아직 130여명의 회원들이 가입해 최고의 쌀을 생산하고 있다.

면적 58ha, 300필지에 일품벼를 생산하는 무을 탑라이스 단지는 고품질 쌀 생산 기술 교육, 운영위원회의를 통한 투명경영, 생산현장 심사, 병해충 공동방제, 우수단지 현장 견학 등을 통해 회원들이 합심 단결한 결과 우수 브랜드로서 성장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구미시 무을탑라이스 생산단지(회장 전용조)는 2011년 대한민국 최고 쌀 생산 프로젝트 탑라이스 평가에서 대상인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특히 광역방제기를 이용한 공동방제 작업, 운영위원 회의를 통한 투명한 운영, 현지컨설팅 및 선진지 견학과 게르마늄과 규산액제를 살포, 전필지 토양분석, 맞춤형 비료 사용 등 생산과정에 철저히 관리 운영하는 모범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양원호씨는 이러한 탑 라이스 단지 조합원이자 총무로 자랑스런 무을 농업의 대를 잇고 있다.

△건실하고 부지런한 농업인.

어린 시절부터 양 씨를 지켜봤던 김영근 무을면 농민상담소장은 양 씨에 대해 "학사농군으로 농촌을 지키면서 4H의 이념을 실천하는 건실하고 부지런하고 모범적인 청년"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군 단위 회장도 할 만큼 통솔력 또한 뛰어나며 자기 계발을 게을리 하지 않는 자수성가한 케이스"라고 평가했다.

전용조 무을 탑라이스 단지 회장은 "고령화와 떠나는 농촌에서 양원호씨는 농업을 지키는 몇 안되는 농업인이다"면서 "기계화 대형화돼가는 젊은 농업을 지역에서 제대로 뒷밭침못해줘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벼 수확을 끝낸 요즘도 양 씨는 새벽 소 축사를 시작으로 늦은 밤 까지 육묘장과 탑 라이스 총무, 이모작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욕심이 곧 경쟁력

작정하고 뛰어든 농사일인 만큼 양 씨의 욕심 또한 대단하다.

"농촌이 고령화 됐지만 현실적으로 이제 고령화 시대와 농촌은 맞지 않는다"고 다소 건방진 말을 내뱉은 양 씨는 "예전처럼 3천300㎡, 6천600㎡ 농사를 지어서는 수익이 맞지 않는다"며"수익을 위해서는 6만6천㎡, 13만2천㎡ 등 대농으로 가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오히려 젊은 사람이 농사일에 많이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땅을 일구던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들이 돌아가시고 난 후 그 땅을 물려받은 손자, 아들들은 직접 농사를 짓지 않고 농협에 위탁하고 있어 우리 같은 개인 농들에게 돌아올 땅이 없다"며 "젊은 농업인 들은 농기계 구입에 몇억 씩 투자해 많은 농지를 경작하는데 최근들어 농기계가 마당에 그냥 서 있는 날이 많아진다"며 자신처럼 젊은 농업인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음을 걱정했다.

"30개월 동안 정성스레 키운 소가 출하를 한 달 앞두고 죽어 속상한 마음에 밤새 술을 마시고, 품종을 잘 몰라 육묘를 발아하지 못하는 등 시행착오 또한 많이 겪었지만 그러한 실패 덕분에 더욱 더 진지하게 농사일에 매진할 수 있었다"는 양 씨는 "더도 덜도 말고 땀 흘린 만큼만 보상을 받았으면 한다"며 부인 이기정 씨와 1남1녀 자녀들과 함께 성공한 청년 농업인의 꿈을 키워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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