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도청, 3차통화도 가능..파문일 듯
정통부, "사실 확인뒤 대책 마련"

휴대전화를 불법 복제한 이른바 '쌍둥이폰'으로 상대방의 통화를 실시간으로 엿들을 수 있는 것으로 경찰 시연결과 확인돼 파문이 예상된다.

정보통신부는 지금까지 '휴대전화를 이용한 도.감청은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세워왔기 때문에 휴대전화를 이용한 도.감청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 사하경찰서는 26일 복제프로그램(일명 헥사프로그램)을 이용해 전자적 고유번호(ESN)를 추출하는 수법으로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 단말기를 복제한 '쌍둥이폰'으로 시연해본 결과 상대의 통화내용을 실시간으로 엿들을 수 있고 3자 통화도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상대방 휴대전화 단말기로 오는 문자나 음성메시지도 동시에 '쌍둥이폰'에 들어왔으며 상대방의 위치추적도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날 정보통신부 중앙전파관리소 부산분소 관계자와 함께 '쌍둥이폰을 이용한 휴대전화 도.감청 시연'을 해본 결과 "같은 기지국 내에서는 상대방 휴대전화 단말기와 같은 기종의 쌍둥이폰으로 상대 휴대전화로 걸려온 통화를 실시간으로 엿들을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실제 이날 두차례에 걸친 시연에서, 취재기자의 휴대전화로 복제당한 휴대전화 단말기로 전화를 걸자 복제당한 휴대전화 단말기와 쌍둥이폰 단말기에서 동시에 벨이 울렸다.

특히 쌍둥이폰으로는 취재기자의 휴대전화와 복제당한 휴대전화 간의 통화내용이 고스란히 들려 실시간 도청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일부 장애가 있기는 하지만 실시간 3자통화도 가능한 것으로 4차례의 반복 시연결과 확인됐다.

복제기술자 김모(33)씨는 "휴대전화 단말기 기종과 단말기 뒤에 표시돼 있는 일련번호만 알면 인터넷에 떠도는 복제프로그램을 이용해 돈 한푼 안들이고 얼마든지 복제가 가능하다"며 "정통부가 복제를 막기 위해 인증제도를 도입했으나 푸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고 털어놨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현재 기술력으로는 휴대전화 도청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상식으로 받아들여졌으나 시연 결과 쌍둥이폰으로 얼마든지 상대 휴대전화 통화내용을 엿들을 수 있는 것으로 확인돼 범죄에 광범위하게 악용됐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시연에 참석했던 정보통신부 중앙전파관리소 부산분소 관계자는 "시연 결과 쌍둥이폰으로 상대 휴대전화로 걸려온 통화를 그대로 엿들을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다소 뜻밖의 결과라 공식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보통신부는 이같은 휴대전화 도청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제한적이긴 하지만 휴대전화 도청이 가능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이 정도까지인 줄은 몰랐다"며 "구체적인 사실부터 확인한 뒤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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