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진출 6년째를 맞아 생애 첫 우승을 바라봤던 이정연(27)이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해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다.

이정연은 20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슈퍼스티션마운틴의 슈퍼스티션마운틴골프장(파72.6천629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세이프웨이인터내셔널 최종 라운드에서 1오버파 73타를 쳐 4라운드 합계 13언더파 275타로 줄리 잉스터(미국.273타)에 2타 뒤진 2위를 차지했다.

잉스터에 4타 앞선 선두로 경기에 나선 이정연은 승부가 갈린 후반에 3타를 잃으면서 맥없이 역전패, 아쉬움을 남겼다.

이정연은 1타차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14번(파4)에서 맨땅과 벙커,그리고 또 맨땅을 오가면서 더블보기를 해 잉스터에 선두를 내줬고 17번홀(파3)에서도 티샷 실수로 1타를 까먹은 것이 뼈아팠다.

2003년 롱스드럭스챌린지와 2004년 웰치스프라이스챔피언십에서 각각 준우승을 차지한데 이어 LPGA 투어 91번째 대회에서 맞은 우승 기회를 허망하게 날린 이정연은 "어제부터 왼손 엄지가 아팠는데 오늘 쌀쌀한 날씨 탓에 더 아팠다"면서 "실망스럽지만 다시 기회가 오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손가락 부상으로 최악의 슬럼프를 겪었던 이정연은 3일 동안 선두권을 지키면서 우승 가능성을 보인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

버디 6개와 보기 1개를 묶어 5언더파 67타의 맹타를 휘두른 잉스터는 2003년 에비앙마스터스 우승 이후 3년만에 승수를 보태 통산 31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정연과 송아리가 14번홀에서 동반 더블보기로 무너진 틈에 1타차 선두로 나선 잉스터는 16번홀(파4) 보기로 공동선두를 허용했지만 18번홀(파5)에서 손쉽게 버디를 챙기면서 우승을 사실상 확정지었다.

'젊은 피'에 밀려 '퇴물'로 취급받던 만 46세의 잉스터는 다시 한번 LPGA 투어 강자로서 면모를 과시했다.

잉스터는 "3년 동안 우승없이 지냈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면서 "오늘 전반을 끝내고 우승이 가능하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고 말했다.

이정연과 사흘 내내 리더보드 윗줄을 놓고 다퉜던 송아리(20.하이마트)도 버디 2개와 보기 1개, 더블보기 1개 등 1오버파 73타로 부진해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3위에 머물렀다.

이정연의 준우승으로 한국 낭자군은 올들어 치러진 4개 대회에서 한 번도 빠짐없이 준우승자를 배출하는 진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또 장정(26)이 2타를 줄이면서 합계 11언더파 277타로 공동 4위에 올랐고 3언더파 69타를 친 양영아(28)가 10언더파 278타로 공동 7위를 차지하는 등 모두 4명이 '톱 10'에 입상, '한류의 힘'은 여전했다.

이밖에 올해 개막전 우승자 김주미(22.하이트맥주)와 한희원(28.휠라코리아), 안시현(22.코오롱), 조령아(22) 등 3명은 8언더파 280타로 공동 12위에 올랐다.

대회 3연패에 도전했지만 3라운드에서 75타라는 어이없는 스코어를 내며 사실상 우승의 꿈을 접었던 '골프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6언더파 66타의 데일리베스트샷을 뿜어내 공동 19위(7언더파 281타)까지 치고 올라오는 저력을 뽐냈다.

그러나 소렌스탐은 지난해 11월 미즈노클래식부터 이어온 연속 우승 기록이 3연승에서 멈췄을 뿐 아니라 '톱10' 진입도 무산돼 다소 체면을 구겼다.

한편 평소 26℃에 이르던 사막지대인 슈퍼스티션마운틴 지역 날씨가 이날 강한 바람과 함께 싸락눈까지 내리면서 4℃까지 떨어져 선수들은 컨디션을 유지하느라 애를 먹었다.

악천후 때문에 오전 4시(현지 시간 낮 12시)께 티오프할 예정이던 챔피언조는 2시간 가량 클럽하우스에 대기하다 털모자와 방한복으로 무장하고 경기에 나서는 진풍경이 벌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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