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색체 하나하나 2중 나선구조 형성


일정주기로 소멸…암세포 변이방지

정현식(선린병원 종양내과과장)

인간의 세포에는 유전자가 있다. 유전자는 2중 나선구조이다. 2중 나선 구조란 유전자가 2가닥의 가는 실처럼 이루어져 이들이 새끼줄처럼 꼬여있는 것과 같다.

세포가 분열할 때는 세포 안의 유전자도 2개로 나누어지는 것이다. 먼저 새끼줄처럼 꼬여있는 부분이 풀어져 각각의 한 줄로 나뉘고 각각 나뉜 유전자가 새로운 한 가닥의 유전자를 복제해 내어 모두 4가닥이 되고 이들 4가닥이 다시 2개씩 합쳐져서 결국 2개의 유전자가 만들어지고, 세포도 2개로 되는 것이다.

이들 유전자가 새끼줄처럼 되어 있는 부분은 실상은 풀어지기 쉽게 되어 있다. 그러나 풀어지지 않도록 하는 단단한 부분이 있어 유전자가 항상 2가닥으로 꼬여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이 부분이 없다면 유전자는 2중 나선구조를 이루지 못하고 죽고 말 것이다. 이러한 이중나선구조의 끝 부분에 존재하면서 유전자 가닥이 풀어지지 않도록 하는 부분을 탤로미어(telomere)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사람의 체세포 핵 안에는 46개의 염색체가 있고 하나하나의 염색체는 두 줄로 정밀하게 꼬여 있으며 이들 염색체 끝에는 탤로미어가 있는 것이다.

탤로미어는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조금씩 감소하는데 인체의 세포가 약 60번 정도 분열하면 탤로미어가 모두 사라져 결국 유전자 가닥이 2중 나선구조를 유지하지 못하고 풀어져 세포가 사망하게 된다. 그런데 죽지 않는 세포들에게는 이 텔로미어가 감소 되는 것을 방지하는 효소(telomerase)가 있다. 이들 효소에 의해 탤로미어가 계속 유지되기 때문에 세포는 계속 살아있을 수 있게 된다.

일견 세포가 계속 살아있는 것이 좋아 보일 수 있으나 계속 살아있는 것이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니다. 세포가 죽지 않는다는 것은 정상 체세포가 암세포가 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죽어야할 세포가 죽지 않는 세포로 바뀔 때 살아 있어야할 인체가 죽어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몸 안에 있는 다양한 여러 가지 세포들은 각 세포가 자기가 속한 조직의 특수한 기능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결국 조건만 맞으면 끝없이 살 수 있는 암세포는 인체의 생명에 백해무익한 것이다. 단세포 생명체가 아닌 동물이나 인간의 생명에 있어서는 하나의 세포가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각 세포가 주위 세포들과 어떤 관계에 있는가에 따라 인체의 생명 존재여부가 좌우된다는 것은 참으로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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