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에 얽힌 실타래 풀기

‘캐논 인버스’는 두 연주자가 악보의 처음과 끝에서 각각 연주하기 시작해 결국에는 서로 만나는 음악적 형식이다.
또한 두 주인공의 각각의 애증이 한가지로 귀결됨을 은근슬쩍 암시하고 있는 제목이기도 하다.
사생아로 태어난 예노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것은 바이올린과 어머니가 흥얼거려주던 ‘캐논 인버스’라는 곡조. 돼지를 키우는 새아버지의 일을 돕고 있는 예노는 천부적 소질로 혼자 힘으로 바이올린을 배운다.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인 소피 레비를 짝사랑하는 그는 언젠가 그녀와 협연할 수 있으리란 꿈으로 연주회 실황을 들으며 바이올린을 켠다. 우연히 소피를 보게된 예노는 그녀의 권유로 음악기숙학교에 들어가고, 거기서 둘도 없는 친구를 사귀게 된다. 그러나 그는 바로 자신과 피를 나눈 배다른 형제.
‘캐논 인버스’는 구조가 잘 짜여진 영화다. 현재에서 과거를 회상하고, 또 과거에서 대과거를 회상하는 이중 플래시백(회상) 구성으로 세 시간대의 이야기가 바이올린과 인물에 얽힌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나간다.
음악가의 생을 소재로 한 영화가 갖는 빠뜨릴 수 없는 매력. 엔니오 모리꼬네의 유려한 음악과 여주인공 소피(프랑스 여배우 멜리니 테에리카)가 지닌 묘한 아름다움은 리드미컬하고 애잔하다.
광기와 열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예노와 그를 사랑해서는 안되는 유부녀 피아니스트가 어쩔 수 없는 사랑에 이끌려 함께 협연하는 마지막 연주 장면은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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