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방망이’비판 여론에 ‘고심 거듭’

서울고법이 3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현역의원 7명에 대해 무더기 선고를 내림에 따라 의원직 박탈 여부를 가릴 대법원의 최종 판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0부(재판장 강병섭 부장판사)는 이날 민주당 장성민 의원의 선거사무장과 한나라당 최돈웅 의원의 회계책임자에 대해 각각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집행유예형을 선고한 반면 민주당 장영신 의원 등 5명의 여야의원에 대해서는 의원직 유지가 가능한 벌금 50만∼80만원을 선고했다.
이들 7명 가운데 4명이 1심에서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형을 선고받은데 비하면 ‘생존자’가 2명 늘어난 셈이다.
현행 선거법은 의원 본인의 경우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 선거사무장·회계책임자, 직계존비속·배우자 등이 징역형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한다.
그러나 가뜩이나 기존 선거법 재판이 ‘솜방망이’ 판결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적인 여론을 감안하면 이번 판결도 곱지 않은 세간의 시선을 받을 소지는 안고 있는 셈이다.
재판부도 판결 여하에 따라 이들의 의원직이 좌지우지될 수 있는 재판인데도 국민정서는 엄벌을 원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선고를 앞두고 고심을 거듭했다.
재판부가 벌금 100만원에서 80만원으로 감형한 민주당 장영신,이호웅 의원, 한나라당 신현태 의원에 대해 “유죄는 인정되나 당선을 무효로 할만한 사안은 아니다”라고 밝힌 점도 이런 고심을 반영한 대목이다.
다만 장성민 의원 선거사무장 권모씨에 대해 벌금형을 집행유예로 바꾼 것은 회계책임자가 집행유예형을 받은 최 의원과의 형평성, 권씨의 죄질 등을 감안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번 판결로 2심에서 당선무효형이 내려진 의원은 장,최 의원과 지난 5월 부인에게 실형이 선고된 한나라당 김호일 의원 등 3명으로 늘어났다.
이들 모두 대법원에 이미 상고했거나 상고가 예상돼 최종 판결이 주목된다. 그러나 징역 10년 미만의 형은 ‘양형 부당’을 이유로 상고할 수 없어 결론이 뒤바뀔가능성은 낮다는게 법조계의 일반적인 전망이다.
다만 지난달 한나라당 권오을 의원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일부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듯이 ‘사실 심리 미진’이나 ‘법리 오인’ 등을 이유로 2심 판결이 뒤집힐 여지는 아직 남아 있다.
16대 총선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현역의원 57명(74건) 가운데 의원직상실에 해당하는 판결이 확정된 사례는 아직까지 한건도 없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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