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거래 부정부패 위험수위

“한국에서는 도저히 이해할수 없는 뇌물성 사업경비가 너무 많아요.”
합작투자를 한 어느 미국 기업인이 한국과의 거래를 마감하면서 한 말이다.
이 미국 기업인은 한국쪽 파트너는 으레 고위층 관리와의 회식비용 외에 별도로 상당한 금액의 돈을 지불해야하는 관례적 경비라는 사실을 강조해 왔다는 것이다. 어느나라, 어느사회이건 부정과 부조리는 있다. 어쩌면 그것은 인류사회의 부정적 속성이기도 하다.
아무리 선진화된 사회라도 일정한 뒷거래는 있어왔고, 또 잘사는 나라 사람들이라고 해서 돈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장래성이 있는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 사이에 커다란 차이가 있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지금 부정한 뒷거래, 뇌물의 부조리에 있어 심각한 중증을 앓고 있다. 모두가 정치적 미망에서 깨어나 이제 막 다양한 변화에 노출된 채 스스로를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를 좀먹는 부정과 부조리의 독버섯은 엄청나게 커져있다.
그까짓 부정이나 도덕적 타락쯤은 좀 날뛴들 어떠랴 싶을 정도로 부패해 있는 분위기다. 경제위기에도 아랑곳없이 돈씀씀이가 헤퍼지고 돈의 위력으로 다소의 편리함과 남다른 대접을 맛본들 그것이 대단한 잘못이냐는 부패불감증도 한몫 거들어 우리 사회는 부정과 부패부조리가 제거하기 힘들 정도가 됐다. 사회지도층에서 부터 평범한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뇌물성의 뒷거래는 정상적인 거래 자체를 압도할 만큼 돼 있다.
최근 터지고 있는 대형 뇌물 사건들은 얼키고 설켜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다. 돈의 액수는 물론 직업별, 연령층, 뇌물수수방법 등이 너무도 다양하고 스스럼없다는 사실 자체가 그저 놀라울 뿐이다. 이런것들이 삭막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먹이사슬이라고 자위하고 잊어 버리고 싶다.
그러나 뒷거래된 돈판 세상이 위험수위를 넘어서 있으니 걱정스럽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 대학의 음악교수가 돈을 챙긴사건을 짤막한 뉴스로 취급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구석구석이 썩었다.
돈놓고 돈먹기식의 도박성으로 가득 차있다. 거기다가 “돈 있는 사람 것 빼앗아 먹는 것은 죄가 아니다”는 가당치도 않은 가치관의 타락에 빠져있다.
돈주니까 시간도 절약되고 물건값도 싸진다는 타산까지 가세한 뒤범벅 세상이다. 좋은자리, 그럴듯한 자리에 있는 사람은 기회있을때 먹어두자는 식이고, 세상 구석구석마다 다 썩어 있는데 나만 홀로 깨끗한 채해봐야 알아주는 사람도 없다는 자포자기도 한몫하고 있다. 부정부패가 제도화 된 상태다. 우리사회는 구조적 부조리에 깊이 빠져 있다. 온세상이 먹고 먹히고 물고 물리고 너도 먹고 나도 먹고 주는 만큼 이득 찾고, 본전 생각때문에 뇌물 악순환의 고리속에서 빙빙돌고 있다. 정말 심각한 중병을 앓고 있다. 개탄할 만큼 도덕성이 타락된 상태다.
우리 지방에도 군수가 돈 때문에 수사를 받고 있으며 일부 지방의원이나 공무원들도 같은 처지다. 공적자금을 떡주무르듯 한 금융계 인사와 건설업자들이 구속되기도 했다.
부패 천국 같다. 이런 부정과 부패, 부조리를 덮어두고 그위에 햇볕정책이니 유엔외교니 하는 것은 빛 좋은 개살구다.
사회가 부지불식간에 썩어가고 있는데 비단옷이며 화장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털어서 먼지 안나는데가 없다는게 통념화된 우리 사회다. 바로 이런것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털어도 먼지 안나는 사회가 돼야한다.
사회 각계 각층의 지도자들이 양심선언에 이어 결백선언이라도 해야 할 때다. 이것은 어떤 국민운동이나 구호보다 더 효력이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스로 깨끗할 것을 다짐한뒤 부정하고 부패한 사람들에게 과감한 철퇴를 내리는 역할을 해야한다. 2002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양심선언부터 먼저 듣고 싶다.
선거에서 당선된 대통령과 광역 기초단체장을 비롯, 지방의원들의 결백선언도 물론 보고 싶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