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벽· 부정적 이미지 발목

김운용(70)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겸 대한체육회장이 결국 인종의 벽을 뛰어넘지 못하고 낙선의 쓴잔을 들었다.
김 회장은 제8대 IOC 위원장 선거에서 자크 로게(벨기에) 유럽국가올림픽위원회위원장과 맞서며 선전했지만 아시아계 첫 ‘세계 스포츠 대통령’이 되기에는 힘이 달렸다.
로게가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스페인)의 뒤를 이어 8년 임기의 위원장을 맡음에 따라 IOC는 1894년 출범 후 2009년까지 115년간 백인 수장(首長)의 통치하에 놓이게 됐다.
김 회장의 낙선은 ▲솔트레이크시티 뇌물스캔들에 연루됐던 자신의 부정적 이미지를 벗지 못한데다 ▲사마란치 위원장이 로게를 자신의 노선을 충실히 따를 후계자로 정해 적극 지원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또한 ▲선거전 과정에서 5만달러를 각국 IOC위원에게 지급한다는 공약도 비판의 빌미를 주는 악재로 작용했으며 ▲베이징이 2008년 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점도 ‘두개의 선물’을 아시아에 내줄 수 없다는 견제요소가 됐다.
선거전 김 회장 캠프는 장밋빛 전망에 부풀었던 게 사실. 솔트레이크시티 뇌물스캔들과 관련, 김 회장에게 부정적 자세로 일관해온 미국의 샌디 볼드윈 미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이 지지를 표명했고 IOC내 일각에서도 유럽의 독주를 끝내야한다는 여론이 조성된 때문이었다.
아시아(21표) 및 아프리카(15표)의 고정표에 미주(24표)의 지지를 확보, 내심당선을 기대하던 김 회장은 그러나 IOC내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온 사마란치가 로게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거듭 확인하고 베이징이 2008년 하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하면서 점차 비관적인 국면으로 몰리게 됐다.
김 회장은 선거를 앞두고 서울에 ‘사마란치 박물관’을 추진하는 등 20년간 사마란치에게 공을 들이며 ‘오른팔’로 통했으나 사마란치는 퇴임 후 ‘수렴첨정’을 보장받았다는 루머 속에서 김 회장을 끝내 외면하는 냉정함을 보였다.
특히 베이징의 올림픽 유치는 투표를 앞두고 아시아에 대한 견제심리를 확산시켜 김 회장에게는 결정타로 작용했다.
김 회장은 총회전 “베이징이 유치하더라도 오히려 아시아를 똘똘 뭉치게해 플러스 효과를 줄 것”으로 내다봤으나 선거가 다가올 수록 IOC 안팎은 “아시아에게 ‘두개의 선물’을 다 줄 수 없다”는 분위기로 급변했다.
그러나 김 회장 본인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솔트레이크시티 뇌물스캔들과정에서 새겨진 ‘구악(舊惡)’ 이미지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세계 정보를 주름잡고있는 구미 언론들이 유색인종인 김 회장의 약점만을 부각시키는 등 비우호적 태도로 나온 것이 근본적인 패인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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