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통음식이 최고

파전이나 고추전 등의 각종 전은 반찬이나 술안주로서 맛 좋은 우리들의 전통 음식이다. 가끔 집에서 부치거나 관광지에서 사 먹는다. 동동주나 막걸리 등 민속주에 곁들여 매운 고추전의 맛을 대할 때면 혀끝에 톡 쏘는 그 맛은 깊고 흥취가 있어 역시 우리의 전통 음식이 최고로구나 하는 생각을 수시로 가져 본다.
어릴 때의 일이다.
파전이나 부추전에 매운 고추가 들어 있어서 고충을 겪는 일이 많았다. ‘왜 어른들은 거기다가 먹기도 어려운 고추를 넣을까’ 원망하면서 고추 없는 부분을 뜯어먹느라고 곤욕을 치렀고 나의 고충에는 아랑곳없이 어른들은 그 매운 고추전을 잘도 드시던 기억이 난다.
학교에서 급식을 하니 여러 가지로 편리하다. 시간의 여유가 많아지게 되었고 점심 시간마다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하던 갈등도 해소되었다. 그런데 근래에 와서 점심 시간이 되면 은근히 긴장이 되고 걱정이 앞서는 새로운 갈등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어릴 때 맛 좋은 파전에 고추를 넣던 어른들의 횡포처럼 이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신종 음식들이 나의 식성과 관계없이 식탁에 올라오기 때문이다. 어릴 때 괴로움을 주던 매운 고추도 어른이 되어 오히려 즐거움을 주는 요즈음, 난데없이 입맛을 탈취 당할 때가 자주 있어서 불쾌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학교에서도 반찬으로 파전이나 부추전이 가끔 나온다. 그런데 파 이외에 다른 것들이 혼합되어 파전의 맛을 완전히 바꾸어 놓기도 한다. 옥수수 알갱이나 햄, 혹은 소시지 등 이름도 모르는 각종 원료들이 파전에 같이 부쳐져서 먹기가 거북하였다. 파만 부치면 될 것을.... 어릴 때 고추 때문에 당한 그 고역처럼 입맛을 잃고 식탁에 염증을 느끼게 된다.
파전뿐만이 아니다. 하루는 고등어 구이가 나오길래 반가움에 겨워 숟갈을 들었는데 첫술에 또 염증을 느끼고 말았다. 지난날에 먹어 본 고등어의 맛이 아니었다. 그냥 고등어만 구웠으면 맛이 좋았을걸. 캐찹 종류의 다른 재료를 발라서 구웠기 때문에 고등어와는 전혀 다른 맛이었다. 그것은 난생 처음으로 먹어 보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이상한 생선의 맛이었다. 숟가락을 놓고 싶었다.
점심 시간이 다가오면 ‘오늘은 또 무슨 괴상(?)한 신종의 음식들이 고통을 주려나’ 하는 걱정이 앞선다. 영양사에게 푸념을 하였다. 점심 좀 맛있게 해 달라고. 그러나 난색을 표명하였다. 내 입맛에 맞추어 음식을 했다가는 절반 이상이 남아 쓰레기통에 들어 갈 것이라고.
불과 수 십년을 사이에 두고 이토록 입맛이 이질화되었다. 영양사에게 부탁하였다. 전통 음식의 맛을 잃어가는 아이들에게 우리의 음식을 먹여 보자고.
물론 아이들의 영양과 입맛을 고려해야 하고 잔반이 남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지만 아이들의 입맛에만 맞추는 급식은 바람직한 교육이 아니다. 매운 맛, 짠 맛, 새큼한 맛 등 우리의 고유한 음식맛을 느낄 수 있도록 지도를 해야한다.
파전보다 피자를 즐기고 떡보다 햄버거를 즐기며 급기야는 김치마저 기피 식품이 되었으니 이러다가 우리 아이들의 머리카락이 노란색으로 물들지 않을까 걱정된다. 범람하는 서양 음식 덕분(?)에 비대해진 몸뚱아리를 가누지 못하고 운동장 몇 바퀴를 달리다가 쓰러지는 아이들에게 전통 음식은 반드시 필요한 식품임을 알아야 한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