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해변축제 대성황

여름바다는 매혹적이다. 부드러운 몸짓에 연인들의 눈길이 깊어지고 모랫벌에 몸을 푸는 하얀 물보라를 보노라면 때묻은 마음들이 한결 가벼워진다. 세 번째 맞는 송도 해변축제도 경북일보 주관 하에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밀물이 되어 다가오는 은밀한 밤 안개와 환상적인 야경은 해변 축제의 분위기를 더욱 황홀하게 했다.
풍물패의 길놀이를 시작으로 해변 노래자랑, 먹거리 축제, 바나나보트 체험, 캐릭터 사진 촬영, 송도의 과거와 현재를 담은 사진전, 죽음의 봉우리 K2와의 사투를 그린 ‘버티칼 리미트’의 상영 등으로 전국에서 몰려온 피서객들과 함께 한여름 밤의 바다낭만을 만끽했다. 한때 송도는 원산 해수욕장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여름 휴양지로 알려졌다. 물이 맑고 고요하며 해수의 온도가 적당하고 은빛 모래사장과 조수간만의 차이가 없는 데다 멀리까지 수심이 얕아 해수욕장으로는 천혜의 조건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명사십리와 울창한 송림, 해당화가 군락을 이룬 송도는 포항사람들의 추억 어린 명소였다.
그러나 포항의 산업화 과정으로 옛 명성을 잃고 이제는 사양길을 걷고 있다. 해변축제도 송도의 옛 영화를 살려 위축된 상가경기를 활성화하자는 자구책으로 보인다.
북부해수욕장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축제가 있었고 환호해맞이공원 야외무대에서는 연극축제도 열렸다. 내년부터 호미곶 해맞이 행사가 국가공식행사로 지정되었다는 낭보도 들린다.
그러나 바다는 이런 레저의 천국만은 아니다. 바다는 포세이돈이 감추어둔 판도라의 상자(?)이다. 오염되지 않은 야성적인 순수를 지니고 있는가 하면 무한한 가능태와 잠재력을 함께 지닌 인류의 마지막 보고이다.
모름지기 21세기는 ‘해양시대’로서 바다가 국가경쟁력의 관건이 될 것이며 식량과 에너지, 광물자원 등 광범한 잠재력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선진국들이 바다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계산된 모험이다. 그들은 바다 관측위성을 쏘아 올려 해양의 오염상태와 어군 탐지, 그리고 적조발생의 예보와 바닷물의 색깔을 분석해서 플랑크톤의 양을 측정하는 일까지 바다개발에 온갖 정성을 다하고 있다. 또한 미래학자들도 점차 악화되는 환경자원, 에너지 분야의 어려운 점을 해결하기 위해 인류의 마지막 희망인 바다에 그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우리 심해에도 약 1억 톤의 망간단과 기타 희귀자원이 부존 되어 있으며 이를 개발하면 연간 4000억원의 순이익을 올릴 수 있고 이수치는 매년 400만대의 자동차 수출 이익분과 같은 소득이라 한다. 우리 앞에 펼쳐진 푸른 바다는 낭만이 넘치는 바다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지구상에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는 등정했지만 가장 깊은 심해는 사람의 흔적도 거부할 만큼 바다는 신비로움 그 자체이며 앞으로도 생명의 모태로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 이제 바다를 다시 생각할 때가 되었다. 21세기를 여는 해양시대의 보고로써 미래지향적인 개발 시각이 필요한 때이다.
다양한 축제로 이어지는 바다 낭만에서 만족하지 않고 바다목장, 해양도시 등 새로운 바다개발로 독특한 해양문화를 선도하자는 의미다.
산뜻한 도시 이미지와 포항다운 새 얼굴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아이디어들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도 이러한 토양에서 화려한 꽃을 피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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