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형 소설집 ‘동무’

이채형씨(55)의 소설 ‘동무’가 여성 중심의 감각적 소재와 젊은 독자들 취향에 맞춰 얄팍한 문체로만 흐르는 요즘의 소설에 비해 다소 고답적이긴 하나 낭만적인 윤기가 넘치는 소설이란 평을 받으면서 40~50대 독자들이 즐겨 읽고 있다.
소설가 이채형씨가 등단 16년만에 처음 내놓은 소설 ‘동무’는 지난 84년 소설문학 신인상에 ‘겨울우화’가 당선되면서 문단에 나온 이래 선보인 첫 창작집이다.
‘누가 바람을 보았는가’ ‘인동 1’ ‘인동 2’ ‘동무’ ‘집으로 가는 길’등 그동안 써온 단편중에서 10편을 선별해 묶은 이 책은 읽을수록 고향의 푸근함과 아련한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누가 바람을 보았는가’에서는 철거민촌의 하릴없는 중늙은이들이 선술집에 앉아 막걸리 잔을 비우면서 푸념을 일삼는 장면이, ‘인동 1’은 아파트촌을 다니며 아이들에게 목마를 태워주면서 밥벌이하는 노인의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군대간 아들의 전사통지서를 받으면서 동네 아이들이 자신의 손자처럼 느껴져 목마를 태워준다는 줄거리를 담고 있는데 하나같이 작가의 인간적인 감성이 배어있다.
요즘의 소설이 현학적이고 너무 자의식에 치우쳐 있는데 반해 이씨처럼 항상 소외된 서민의 일상을 보듬어온, 리얼리즘 소설이 구닥다리 취급을 받는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40~50대 독자들이 볼만한, 이러한 미덕을 갖춘 책도 드물 것 같다.
이 책의 말미에 수록된 ‘집으로 가는 길’은 뒤늦게 전업작가로 나선 그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산을 넘는 주인공이 길을 잃고 헤매는 장면은 중년 남자들의 삶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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