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드라마 ‘동양극장’ 향수 자극

신파극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는 동양극장의 대표적인 연극이자 연극의 대중화로 연극사의 큰 획을 그은 작품이다.
공연 당시 기생과 장안의 풍류객은 말할 것도 없고 시골서까지 구경꾼이 몰려들어 극장 유리창이 박살나고 서대문 밖 영천까지 오는 전차길이 막혀 서대문경찰서 순사들이 나와 정리하느라 진땀을 뺐다. 또 요리집을 가보면 술상만이 방을 지키는 일이 허다했다. 술상만 보아놓고 기생과 술꾼들이 모두 극장으로 몰려갔기 때문이다.
1930년대 국내 최대규모를 자랑했던 동양극장의 역사를 담은 TV드라마 ‘동양극장’이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연극사를 고스란히 살려내고 있어 화제다.
극을 이끌어가고 있는 황철, 차홍녀라는 배우와 극장 지배인인 최독견 등은 연극사에 길이 남은, 연극인들의 입에 오래도록 회자되는 인물들.
‘한달동안 연극을 계속해도 목이 쉬지 않는 천부적 소질을 타고난, 백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연극인’, ‘연극은 보지 않더라도 그의 얼굴만 보면 행복하겠다는 극성팬을 가진 배우’가 바로 황철이다. 초보운전기사 시절, 황철은 주재소 소장의 딸을 치어 어쩔 수 없이 책임지게 됐지만 야반도주를 감행, 연극계에 입문했다.
드라마에서 차홍녀와의 엇갈리는 사랑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는 정의로운 로맨티스트로 그려지는 그는 실제로 많은 여성들과 염문을 뿌린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동양극장 청춘좌 단원이었던 원로연극인 고설봉씨의 책 ‘빙하시대의 연극마당 배우세상’에는 아내인 극단 호화선의 여배우 이정옥 외에도 기생 박난옥, 아내의 친구이자 선배 양백명의 아내인 여배우 문정복 등과의 애정행각이 기록돼 있다. 훗날 남로당에 가입하게 된 황철은 월북, 인민배우로 활동하다 6·25때 한쪽팔을 잃고 찌든 생활을 하다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사같은 스타’로 불리는 차홍녀는 짧은 활동기간이었지만 뜨거운 열정으로 결국 무대에서 숨을 거둔 여배우다. 차홍녀는 인기가 올랐다고 해서 절대로 오만해지지 않은 바른 품성의 소유자로 어려운 사람이나 후배들을 항상 따뜻하게 대해주었다.
높은 인기만큼 유혹의 손길도 많았지만 지배인인 최독견과 동거하며 사랑을 나눴을 뿐이다. 26살 때 극단 ‘아랑’의 창단기념공연작인 ‘청춘극장’을 공연하던 중 고열로 죽음을 맞았다. 차홍녀는 기차역에서 만난 거지에게 1원짜리 동전을 건네주다 열병(천연두)에 감염돼 결국 꽃다운 청춘을 일기로 허무하게 연극인생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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