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재미없는 행사로 전락

초창기에 높은 인기를 누리던 신라문화제가 최근에 와서는 시민들이나 관광객들로부터 외면을 당하는 현상을 보고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많다.
이 행사가 무기력하고 무미건조해진 몇가지 원인을 살펴보고 이에 몇가지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재미가 없다는 점이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식전행사를 비롯한 시가행진과 실내외에서 펼치는 각종 전시회나 경기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옛 신라의 모습과 전통은 살리되 그 진행이나 전개상에 획기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역사 메시지 전달과 함께 영화나 텔레비전 등의 영상매체에 중독된 관객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극적인 전개 방식을 도입해야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계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일 것이다.
둘째는 시민들의 무관심이다.
초창기 당시와 같은 관심과 열정을 보이게 하려면 강한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 그 첩경이 신라문화제로 하여금 명실상부한 시민축제가 되게 하는 길이다. 시내 전체가 철시하고 각급학교에 휴교령을 발동해야 한다. 그 대신 상인들은 점포의 상품들을 들고 나와 거리에 전시하고 음식점도 도로에 솥을 걸어 밥 짓고 국 끓이는 등 전 시가지에 난장을 벌이는 것이다. 그리고 학생들은 행사가 열리는 사흘동안 친구들과 어울려 시내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현장학습에 열중하게 된다. 이렇게 하여 애향심이 생기고 그 애향심이 애국, 애족의 마음으로 발전할 것이다.
줄다리기 경기방식을 바꿔야 한다. 동·서·남·북을 중심으로 여러 개의 편으로 갈라 예선 준결승을 거쳐 결승전을 치른다. 이때 양편의 선두에 도지사와 시장이 서고 시·도 의원들과 읍·면·동장들이 끼어 줄을 당겨 보라. 응원하는 함성이 천지를 진동하고 농악대가 신나게 돌아갈 것이다. 이런 모습이 정녕 시민축제가 아니겠는가.
학생들 동원도 마찬가지다. 옛날 권위주의 정권 시절과는 달라서 관의 명령에 학교가 움직여주지 않는다. 설령 지역 실정을 감안하여 교장이 협조하고 싶어도 학부모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 현 입시제도가 낳은 비극이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행사에 참가하는 학생들에게 입시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봉사활동 점수를 부여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활용해 보면 어떨까?
끝으로 문화담당 공무원의 빈번한 보직 변경이다.
이 곳을 문화특별시로 승격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할 정도로 문화적 특성을 가진 경주가 아닌가.
그런데도 경주의 문화 관광국 산하 문화예술과의 직원들이 타 지방 단체의 공무원들과 아무 차이가 없다.
문화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없는 사람이 과장이나 국장직을 담당하다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타 국과로 전보되고 또 다른 문화의 문외한이 그 자리를 메우게 된다.
그러므로 문화과 직원은 처음부터 특별 채용하여 사찰, 탑, 조각, 유적, 관광 문화행사 등 각 부문별 전문가로 양성하여 퇴임할 때까지 한 자리에서 근무하게 해야 한다. 그러면 퇴직 후에도 그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대우받으면서 이 지방에서 활동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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