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만큼 위기에 노출된 산업도 없다.
미국과 호주 등 세계 거대국가들의 대량생산에 의한 농축산물이 국내 농업의 구조를 바꾸더니 이젠 중국산 농산물이 밀물처럼 들어오고 있다.
국내 농업은 값싼 노동력을 무기로 생산된 중국산 농산물에는 거의 속수무책이다.
그러나 농림부의 지원책은 항상 경제부처의 물가관리 논리에 밀려 힘을 잃고 있으며 농산물 소비운동은 일시적이고 효과도 미미하다. 결국 국내 농업은 이제 한계가 왔다는 지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농업에 희망을 버리지 않고 활로를 찾는 움직임이 있다.
이 움직임은 환경농업, 기계화에 의한 일관체제의 대규모 농업, 벤처농업, 틈새시장 개발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중 현재 수준은 거의 걸음마 단계이지만 농업현장에서는 왕성한 의욕으로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는 도내 벤처농업을 찾아가 본다.
(편집자 주)
▨ 장미 한 품목으로 일본 평정

경북 칠곡군 왜관읍 봉계리의 영농조합법인 봉계농산은 현재 일본에서 밀려드는 수출주문에 맞추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
경북농업벤처 1호인 봉계농산은 신품종 개발에 나서 올해초 국내최초로 흰장미인 ‘아라리오’를 개발 특허출원, 외국품종 일색이던 국내 장미시장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이어 이 회사는 300여품종을 교배, ‘아가씨’‘실라리안’‘신라’‘웨딩데이’‘그대랑’등 23개 품종을 육성해 일본 시장의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반응이 매우 좋다며 자신에 차 있다. 특히 아라리오는 일본의 한 대형 수입업체가 일본판매 독점권을 요구할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현재 이 업체는 일본에 올해내로 약 20만달러어치를 수출할 계획이다. 이 업체의 최상환 대표(40)는 “국내 농가들이 우리가 개발한 국산품종을 묘목으로 선택할 경우 전체 로열티 금액의 65%인 628억원의 외화절감 효과를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업체는 품종개발 뿐 아니라 포장방법의 개선을 통해서도 수익을 올리고 있다. 절화의 모양에 맞춘 역삼각형의 상자를 개발해 특허등록을 한 것이다. 이 상자를 개발함으로써 물류비를 30%나 줄일 수 있었다. 국내 수출절화가 모두 이 상자를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40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봉계농산은 수출장미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절화보조제인 ‘칠곡4호’를 개발해 국내 절화 수출농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산 절화보존제의 가격이 20ℓ에 22만원이나 칠곡4호는 5만원에 불과하다.

▨ 도시의 안방에서 농축산물 재배

문경시 모전동의 KR20.com(대표 이광래)은 반짝이는 아이디어 하나로 국내의 농업인들의 수익양상을 바꾸어 놓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 업체는 농축산물을 도시민들이 인터넷을 통해 언제든지 동영상으로 보면서 원격지에서 키울 수 있게 한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의 원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일례로 닭의 경우 도시민과 양계 농장을 연결, 도시민이 농장의 닭을 월 1만원씩 농장에 주면서 (게임처럼)키우게 하는 것이다. 도시민은 항상 닭을 보면서 특별한 먹이를 주고 싶을 때 농장주인의 이메일로 주문을 하면 된다. 도시민은 앉아서 자신의 닭이 커 가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에 흥미있는 공부도 되고 농장주인은 6개월 동안 키워서 시중가 1만원에 파는 것보다 몇 배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 창의적인 생각으로 부농 일군다

이들 3개 업체 외에도 이번에 처음으로 농업벤처로 지정을 받은 업체들의 사업분야를 살펴보면 농민이 자신의 농업분야를 조금만 창의적으로 응용해도 얼마든지 활로를 찾을 수 있음을 알수 있다. 상주 모동면 반계리의 중모포도영농조합은 최근 화장품, 의약품, 건강보조식품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포도씨를 상품화 해 포도농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영양군의 청기면 청기리의 ‘영양장생주’(대표 임증호)는 10가지 식물약재와 벌꿀, 누룩, 백미를 사용한 전통민속주인 초화주를 생산한 데 이어 최근에는 고추주까지 개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봉화군 물야면 오전리의 ‘에덴의 동쪽’(대표 노종구)은 산머루주를 개발, 연간 5억여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일본 와인 박람회에도 참가해 맛이 수준급이라는 평을 들으며 그자리에서 7천500만원의 수출계약까지 한 바 있다.

▨ 최대 인기 품목은 기능성 식품개발

기능성 식품개발은 농업벤처를 하려는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분야가 되고 있다.
(주)그린위드(대표 윤종국. 영천시 대창면 어방리)는 기능성 쌀인 송이버섯쌀과 동충하초쌀, 상황버섯쌀 등을 개발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건강식품 시장을 노리고 있다. 이 업체는 경북대 등의 연구진으로부터 기술적인 도움과 함께 경북대 창업보육센터 입주 등 행정적인 지원도 함께 받는 등 사업성공을 위해 학계를 활발히 이용하고 있다.
또 영양군 석보면 포산리의 ‘천마자연식품’(대표 배재칠)은 경산대 한의대, 상주대 식품공학과 등의 연구와 기술지도를 받아 천마와 한약재를 사용해 혈압조절용 천연차와 숙취해소용 천연차를 개발해 현재 연간 1억6천여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영천시 북안면 고지리의 ‘북안식품’(대표 이광식)은 보릿가루를 이용한 기능성식품을 개발했다. 이 업체는 발효 보리메주를 과립과 환, 간장 등으로 만들어 연간 7억8천여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 농업관련 제조업도 유망분야

농업관련 제조업도 벤처로 등장했다. 김천의 이광표(김천시 덕전리)씨와 경주의 김선태(경주시 안강읍 서벽리) 씨 등 두 사람이 주인공이다.
이씨는 혹한기에만 기름을 사용하고 평상시에는 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 기름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시설재배용 온ㆍ냉풍기를 개발했다. 현재 제품생산도 하지 않은 상태서 50대의 주문을 미리 받아놓고 있을 정도로 농가의 인기를 끌고 있다.
김씨는 버섯재배사에서 사용되는 기존의 열교환기에 비해 열효율이 월등히 높으면서도 작고 저렴한 열회수용 환풍기를 개발했다. 이 환풍기는 병원이나 공장 등 대형건물의 환기시스템에도 적용이 가능해 파급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는 경북도의 판정을 받았다.

▨ 민간투자유치 안간힘

이들 벤처로 지정을 받은 업체들은 현재 기술력과 사업성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자신감이 있으나 대부분의 업체들이 자신들의 아이템을 사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한 업체는 “2억여원으로 시작을 하고 보니 30억이 있어도 모자라는 실정”이라며 현재 민간투자자를 모으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마케팅능력의 부족도 고민거리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자신의 개발품은 누구나 한 번 써 보기만 하면 다음부터는 그것만 찾을 것이라고 확신을 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매체를 통한 홍보는 엄두도 못내고 있으며 마케팅 조직이 거의 갖추어지지 않아 단 시일내에 매출을 올리거나 제품을 알릴 방법이 없다. 한 업체의 대표는 “특히 이런 애로사항은 기능성 식품 등 일반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업체가 심각하다”며 “이들 업체들이 장기적인 홍보 및 판매전략 없이 기술력만 믿고 사업을 시작했다간 실패하기 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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