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리 사의표명 시사

임동원 통일장관 해임건의안 가결로 ‘DJP공조’가 사실상 종언을 고하게 되자 이한동 국무총리가 3일 총리직에서 물러날 뜻을 내비쳤다.
이 총리는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 참석, 추경예산안 처리과정을 지켜본 뒤 임장관 해임건의안이 상정되자 굳은 표정으로 본회의장을 빠져나와 표결에 불참했다.
이에앞서 이 총리는 본회의장에서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 좌석으로 다가가 잠시동안 대화를 나눠 눈길을 끌었다.
자민련 총재와 대통령을 보좌하는 국무총리라는 상반된 입장에 끼어 고민해온이 총리는 이자리에서 당론을 어기고 표결에 불참키로 한 자신의 입장을 김 명예총재에게 사전에 설명하고 양해를 구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어 이 총리는 김덕봉 공보수석을 불러 자신의 표결불참 배경과 향후거취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이 총리는 먼저 “본인은 이번 임 장관 해임건의안이 몰고온 정국의 소용돌이 속에서 양당의 공조를 보다 굳건히 하고 어느 쪽도 상처를 입지 않을 수 있는 순리적인 사태해결을 위해 오늘 오전까지도 나름대로 정성을 기울여 노력해왔다”며 막판까지 공조복원을 위해 노력했음을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오늘 오후 국회 본회의 표결이라는 극한적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는 바, 본인에게는 현 국무위원을 임명제청한 총리로서의 그 신의를 다해야 할 책무가 있다는 반면에 자민련 소속 의원으로서의 당론에 따라야 할 의무도 있는데 이 두가지는 상호간에 완전히 모순되므로 심사숙고 끝에 이 모순을 완화시킬 수 있는 선택이 될 수 있다는 판단하에 표결에 불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정부와 당의 깊은 이해가 있기를 바란다”며 자신의 표결불참에 대한양해를 구했다. 이어 자신의 거취문제와 관련, “금명간 사태진전을 봐가면서 정치도의적으로 가장 올바른 길을 선택할 것”이라고 ‘정치도의’를 강조, 총리직 사퇴 뜻을 피력했다.
이 총리는 지난 해 5월 자민련 몫으로 ‘DJP 공조’의 상징인 총리직에 임명됐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