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에 사막을 싣고 (행창 스님)

스님이 자전거 한 대에 몸을 의지한 채 열사의 나라들을 여행했다.
‘고행’이라고 해야 더 맞을 이 여행을 일컬어 스님은 ‘참선’ 내지는 ‘수행’이라고 한다.
‘자전거에 사막을 싣고’(마당 넓은집 펴냄)는 행창 스님이 지난해 터키 시리아 요르단 이스라엘 이집트 등 중동 6개국 30여개 도시를 자전거로 횡단하면서 쓴 기행문이다.
이 책은 자전거 앞을 바라보면 포기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가파르고 험한 오르막길을 자전거를 끌고 오르는 것과 같은 갖가지 악조건을 이겨내면서 중생과 부처, 니체와 신, 가족과 고향에 대해 사유의 나래를 편 기록이다.
여행지에 대한 지식과 정보에 의지하는 많은 다른 여행기들과는 달리 행창 스님은 여행의 목적이기도 한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독자들을 한 수행자의 내면세계로 이끈다.
스님이지만 담배도 피우고 술도 마시며 여행이 너무 힘들 때는 그만 사바세계의 끈을 놓아 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는 한 젊은이의 고뇌와 모험이 자전거 바퀴따라 펼쳐져 있다.
스님이 사진 찍기를 워낙 싫어해 책에는 스님의 사진은 물론 경치 사진도 한 장들어 있지 않지만, 오히려 그러한 점이 독자들에게 상상의 자유로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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