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일 저자세외교 거센 비판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오는 15일 방한을 계기로 한일관계 복원을 시도하던 정부가 남쿠릴 꽁치분쟁 재연 등 악재가 터지면서 곤혹스런 입장에 빠졌다.
특히 야스쿠니 참배 및 역사교과서 왜곡 등에 대한 재발방지 보장없이 외교갈등봉합에 급급하고 있다는 정부의 대일외교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일본총리 방한을 지금이라도 취소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올들어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에 이어 꽁치분쟁,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강행으로 어려움에 빠진 한일관계에 대한 일본측의 성의있는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조기방한을 수용했다는 것이 비판론의 요지이다. 여기에는 “두고 두고 후회하게 만들겠다”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강경대응을 다짐한 정부가 일본측의 가시적인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다시 저자세 외교로 돌아섰다는 비난도 한몫하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의 방한을 수용하자 마자 마치 뒤통수를 치듯 터져나온 우리 어선에 대한 일·러간 남쿠릴 수역 조업금지 합의설은 불붙고 있는 대일외교 비판론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정부 당국자들은 남쿠릴 꽁치조업 금지가 최종 합의된 것은 아니라면서 일·러합의에도 불구, 남쿠릴 수역에서의 계속적인 조업 또는 대체어장 확보 등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남쿠릴 문제를 영토분쟁으로 간주, 필사적으로 나오고 있는 일본측 태도를 감안할 때 성과 여부는 미지수이다. 게다가 주변국을 무시하는 안하무인격 태도 때문에 국민적 반발을 샀던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문제도 이번 방한을 통해서 뚜렷하게 나올 만한 것이 없다는 것이 정부의 고민을 더해주고 있다. 정부 당국자들은 어떤 식으로든 오는 15일 고이즈미 총리가 방한할 경우 신사참배 문제에 대해 유감을 표시할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지만, 직접적인 사과나 명시적인 참배 재발방지 약속에는 자신없어 하는 표정이다.
이번 방한을 통해 지난 95년 무라야마 담화 수준에서 과거사를 언급하고 자신의8.13 참배를 “전쟁을 방지하고 평화를 위한 것”이라고 강변할 가능성이 적지않은 상황에서 과연 우리 국민들이 납득할지는 의문이다. 또 이미 채택작업이 완료된 역사교과서 왜곡문제에 대해 그동안 검정제도상의 불가피성을 내세우며 재수정을 거부해온 일본측 입장이 한일 정상회담으로 쉽사리 바뀔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최근 일련의 상황에 비추어 고이즈미 총리가 이번 방한에서 한국민의 대일감정을 상당부분 누그러뜨릴 수 있는 가시적 언행을 보이지 않을 경우 이번 정상회담은 양국관계를 복원하기 보다는 오히려 악화시킴으로써 ‘안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적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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