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급 육아휴직 과한 것인가?

11월 1일부터 개정된 모성보호법이 시행된다. 출산휴가를 90일로 늘렸고, 1년간의 육아휴직을 유급으로 바꾸었다. 며칠 전 정부와 여당은 육아휴직 급여를 월 20만원으로 결정했다고 발표했으나, 경총에서는 기업의 부담을 들어 이를 반대한다고 한다. 아이의 출산 후 1년까지는 휴직이 가능하고, 휴직하는 동안 월 20만원의 소득을 보장한다는 규정이 정말 과한 것인가? 또 출산휴가 90일에 육아휴직 1년이라고 해도, 아이가 만 3세는 되어야 놀이방 등 탁아시설에 맡길 수 있는데, 그 동안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어머니뿐 아니라 아버지도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다. 아버지도 아이를 기르는 일에 책임과 권리가 있음은 법에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아버지들이 아이 키우는 일은 아직도 여자의 몫이라고 생각하여, 아이의 양육을 위하여 휴직을 신청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현재 여성의 절반 이상이 어떤 형태로건 취업하고 있다. 여자가 집안 일만 한다는 통념도 이미 무너진 지 오래다. 따라서 남편과 마찬가지로 하루 8시간 이상 밖에서 일하는 여성이 집안 일과 아이 기르는 일을 도맡아 해야 한다는 것은 무리한 일이다. 이럴 때 여성들은 직장 일을 계속할 것인가, 아이를 가질 것인가를 선택해야만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여성의 출산률은 서구유럽과 비슷한 수준인 1.4명이었다. 1960년대의 6.0명과 비교하면 엄청난 감소이다. 이제 더 이상 둘만 낳아 잘 기르자던가, 하나만 가지자는 가족계획 구호는 사라졌고, 가족계획사업자체도 폐지되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인구는 감소하게 되고, 앞으로는 도리어 자녀를 더 낳도록 장려하는 정책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무엇이 이렇게 급격한 출산률의 감소를 가져왔을까?
우리나라 여성들의 취업률은 연령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결혼 전이나 자녀가 큰 이후에 비해 자녀를 출산하고 양육하는 시기의 취업률이 가장 낮다. 자녀 양육의 큰 몫을 사회가 책임지고 있는 서구에서는 여성의 취업률이 자녀출산이나 양육과 관계없이 일정한 비율을 유지하는 것과 뚜렷이 비교된다. 반면에 우리사회는 자녀의 출산과 양육을 개별가정의 책임에 미루고 있다. 그러므로 자녀출산기의 취업여성이 만일 직장을 선택하게 되면, 아이를 기를 수 있는 대책이 설 때까지 출산을 늦추거나 가능한 한 적게 낳아야 한다.
아이는 한 가정의 보배이지만, 동시에 우리사회의 미래를 책임질 사회의 자녀이다. 이들을 보다 경쟁력 있는 자원으로 길러내는 것은 미래 우리사회의 모습을 재는 지표이다. 따라서 이제 더 이상 아이의 양육을 이중노동에 시달리는 여성만의 몫으로 미뤄둘 수는 없다. 곧 정부는 모성의 보호와 육아에 보다 적극적으로 정책적 뒷받침을 해야 하고, 보다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한편 오늘날 가정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여성의 취업은 매우 중요하다. 인구의 절반인 여성의 자원을 이용하는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의 경쟁력은 차이가 있다. 특히 여성의 교육수준이 높은 우리의 경우 국가적 경쟁력을 제고하는데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요컨대 모성의 보호와 육아를 위해 사회적 제도적 뒷받침이란 육아휴직급여를 대폭 증액하고 육아휴직의 기간을 늘리는 한편, 육아휴직 후 곧 직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영유아를 맡아 돌볼 수 있는 기관을 많이 세워야 한다. 이렇게 할 때 유능한 여성인력이 안심하고 직장에 돌아갈 수 있고, 아이도 질 좋은 양육환경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로 인한 부담은 사회의 몫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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