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개 선실·식당·카페 호텔 분위기 능가 여객 834명, 컨테이너 150개 동시 수송 가능

9세기초 동북아 해상교역권을 장악했던 장보고대사의 교역항로가 1천200여년만에 다시 열렸다.
지난 17일 오후 7시 경기도 평택항을 출항한 한중합작 대룡해운(대표 이우극)의 대룡호(DALONG)가 황해안시대를 예고하는 뱃고동을 울리며 산동성 영성시 용안항으로 출발한 것이다. 본지는 대룡호 취항행사의 의의와 앞으로의 전망등을 나눠 싣는다. 편집자

10월 17일 오후2시30분 평택-중국 영성간 첫 취항에 나서는 대룡호에 승선하기 위해 관광버스를 타고 새롭게 단장한 평택국제해운터미널에 다다랐다.
7천900여m에 이르는 웅대함을 자랑하는 서해대교가 병풍처럼 서있는 평택항에는 이미 수많은 축하객들로 가득차 취항행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간단한 취항식 행사와 출국수속을 마친 뒤 지난 9월 14일 준공식을 가진 평택 서항부두로 가자 하얀색 몸체에 파란 글씨로 ‘DALONG FERRY’라고 쓰여진 카페리선 대룡호가 자태를 드러냈다.
드디어 중국으로 출발이다.
임창렬 경기도지사, 김선기 평택시장, 황인찬 대아그룹 부회장 등 첫 승선자들은 트랩을 따라 6층 선실로 올랐다.
그리고 오후 7시 13분 대룡호는 아산만 하늘위로 긴 고동소리를 울리며 힘차게 발진했다.
역사적 첫 취항길에 나선 것이다.
대룡호는 지난해 평택-영성간 항로 취항에 한중 양국이 합의한 이후 한중합작회사인 대룡해운(대표 이우극)이 올해 이탈리아에서 도입한 배다.
1만7천961t급인 대룡호는 여객 834명과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50개를 동시에 수송할 수 있는 초대형 카페리선.
이탈리아 피아트 GMT사의 7천마력짜리 엔진 2개를 장착한 대룡호는 17.5노트(시속 약 32km)로 388km의 평택-영성항로를 약 13시간만에 운항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6층과 7층은 승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VIP실, 로열실, 1등실, 2등실, 3등실로 나눠 모두 300개 가량의 선실이 마련돼 있다. 배가 출항하고 자리배정이 완료되자 방송을 통해 저녁 식사가 준비됐음을 알렸다.
식당은 8층에 VIP실과 일반실이 마련돼 있었다.
VIP실은 자주색 카페트와 같은 색상의 식탁이 마련돼 고급 레스토랑분위기를 연출해 놓았으며, 일반실은 연두색과 흰색이 가미된 식탁과 의자를 마련해 아담한 카페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여기에다 중국인 요리사들이 내놓은 갈비탕은 국내 어느 호텔이나 식당에 내놓아도 좋을 만큼 훌륭한 맛을 냈다.
7층 스낵바는 승객들이 긴 뱃길여행 동안 간단한 음료와 다과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공간.
오렌지색 쇼파와 탁자가 마련된 스낵바는 온화한 분위기를 자아내 저절로 얘기를 만들어 내 줄만 했다.
나 역시 그들속에 앉아 얘기를 나누다 취항식때부터 긴 턱수염으로 눈길을 끌었던 초로의 신사와 인사를 나눴다.
이름은 정수일.
올해 예순한살이라는 그는 평택항발전연구소장직을 맡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번 대룡호 취항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산동반도와 평택이 얼마나 가까웠던지 옛사람들은 우는 애를 달랠 때‘잘들어 봐 중국에서 우는 닭소리가 들리는지’라고 했다고 한다.
또 평택은 박정희 대통령시절 제2 포항제철 건설 최적지로 확정돼 있었으나 80년대들어 이같은 계획이 무산되는 등 그동안 홀대를 받아왔다는 것.
그런데 정부가 평택항을 국제개항장으로 개발하면서 새로운 비전을 갖게됐고 대룡호는 첫 국제항로를 개척했다며 기대를 걸었다.
어느새 시계는 밤 12시를 훌쩍 넘어 나는 깨끗하게 단장된 탈의실을 거쳐 뜨거운 온수가 24시간 공급되는 목욕탕에서 고단했던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고 푹신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오랜만에 배를 타서 일까 자리에 눕자 말자 잠이 든 나는 이튿날 오전 6시 30분 개운한 기분으로 눈을 떴다.
서해에서의 일출을 보기 위해 얼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갑판으로 나갔다.
이른 아침인 데도 중국인 여승무원들은 어느새 제복을 갖춰입고 밤새 승객들의 불편함이 없었는지 밝은 얼굴로 인사를 건넨다.
아침을 먹고서는 줄곧 갑판위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육지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오전 8시 45분 수평선 저 멀리 낮게 깔린 안개사이로 까만 점이 나타났다.
오전 9시 35분 대룡호의 중국입항 첫 축하객으로 이름을 알 수 없는 작은 새 한 마리가 날아왔다.
곧이어 도선사(PILOT) 류씨(RIO)가 함교로 올라오고 대룡호는 서서히 영성시 용안항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항내 부두에는 첫 입항을 축하하는 수많은 애드벌룬과 함께 마칭밴드와 연두색 운동복을 입은 어린이들이 손에 손에 꽃을 들고 한국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낮 12시 10분 대룡호가 388km의 긴 여행을 마무리하는 긴 뱃고동소리를 울렸다.
장보고대사가 비명에 쓰러진 뒤 끊겼던 평택-영성항로가 다시 열린 것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