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병드는 ‘우리의 미래’

미국의 탄저병 공포가 전 세계를 덮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조차 흰색 가루만 보여도 소스라쳐서 신고를 하고 난리다. 물론 당장 인명 살상을 가져오는 일이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청소년들의 정신이 서서히 병들어 가는 일에는 너무 무관심한 것 같아서 은근히 화가 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독극물과 같은 음란서적이나 인터넷 음란 사이트가 청소년들에게 버젓이 노출되어 있는데도 단속 기준을 핑계삼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게 우리네 실정이다.
며칠 전, 24시간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음란서적의 문제점을 지적한 기사를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다시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날 편의주의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24시간 편의점은 우리 생활 주변 곳곳에 자리잡게 되었다. 각종 생활용품과 먹거리를 갖춰 둔 편의점은 시간을 잊은 젊은이의 생활 방식과 맞아떨어지면서 체인점 형식으로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일부 업소에서 성인용 음란서적을 진열해 두고 판매하는 게 문제이다. 동네 서점과 가판 서적상의 진열대에도 으례 앞자리에는 이런 음란 서적들이 버젓이 자리를 하고 있다.
청소년보호법에 따르면 청소년유해간행물은 구분, 격리시켜서 진열하여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과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되어 있다. 각 업소는 이 내용을 본사에서 교육을 받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편의점에서는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이런 서적들은 호기심 많은 청소년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기본적인 인간의 자세, 선악의 판단, 사물을 바라보는 눈, 삶의 가치관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시기가 청소년기이다. 이런 시기에 무자비하게 욕망이나 부추기는 매체에 노출된다면 그들의 영혼과 삶은 피폐해 질 수밖에 없다. 얼마 전에도 포항에서 고등학생 두 사람이 강도와 시어머니 앞에서 며느리를 성폭행을 저지르다가 잡힌 적이 있다. 어쩌면 이들도 우리 사회가 만들어 놓은 유해 환경의 피해자인지도 모른다.
어디 이뿐인가. 인터넷 상에는 수백 개의 엽기 사이트와 성인 전용 사이트가 청소년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인터넷 사용 시간으로 따졌을 때, 우리나라가 인터넷 최선진국이라고 한다. 그러나 안을 들여다보면 음란물이 절반을 넘고 있다. 허구에 놀아났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준비되지 않은 정보화 강국의 폐해가 청소년들에게서 톡톡히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한마디로 우리 사회는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을 키워줄 환경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거짓과 퇴폐의 환상 속을 청소년들은 헤매고 있는 것이다. 폐쇄되고, 그늘진 환경이 가슴이 차갑고, 생각이 좁고, 꿈이 빈곤한 청소년들을 양산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현실 속에서 꿈과 상상력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 가려는 노력과 의지를 가질 때 청소년은 건강한 것이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작아지고 있다는 말이 그냥 들리지 않는다. 경제 발전으로 체형이 서구화되어간다지만 정신이나 이상은 점점 왜소해 지고 있다는 말이다. 그 이유가 유해 환경에 무감각해진 우리 사회의 탓은 아닐까. 좁아진 우리 청소년들의 세상이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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