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지역 젊은 초등교사 줄줄이 사직

“학생들에게 학습유인물을 나눠주기 위해 밤새도록 등사잉크를 묻히며 차가운 방 호롱불 밑에서 일하던 선생님들을 보고싶습니다”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이 올 11월 1일 이후 사직하는 초등교사에 대해 2년간(종전 1년간) 타시도의 교사 임용시험에 응시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을 도입하자 사직 시한인 31일을 며칠 앞두고 줄줄이 사표를 내는 교사들을 보며 김사웅 경북도교육청 초등교육과장은 착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수는 있으나 이달들어 사직한 대부분의 교사들은 농어촌 생활의 불편함을 이기지 못하고 도시학교로 진출하기 위한 것이란 게 교육계 대부분의 시각이다.
지난 3월 1일 이후 31일 현재까지 사표를 제출한 경북도내 교사들은 모두 203명. 이중 절반 정도인 106명 대부분이 31일을 4~5일 앞두고 전격적으로 사표를 냈다.
이들 106명중 30세 이하가 가장 많아 61명을 차지하고 있으며 41세 이상은 2명에 불과해 젊을수록 도시 지향적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같은 무더기 사직으로 인해 가뜩이나 열악한 농어촌 학교들의 수업결손은 더욱 심해질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시골 학생들의 천진한 눈빛을 외면하고 도시의 편리함과 화려함을 좇아 미련없이 사표를 제출한 교사들의 신념이 무엇인지 묻고싶다”는 김천의 모초등학교장은 “이들에게 학생을 맡기게 될 도시의 학부모들이 안타깝다”며 분개했다.
더욱이 지난달 27일 전국교사대회 참석을 위해 교사에게 가장 기본적인 임무인 수업을 포기하고 ‘집단행동’을 과시한 처사를 놓고 일각의 비판여론이 식지 않고 있는 마당에 이같은 일이 벌어지자 교육계에서는 참담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구미 모초등학교의 경우 8명의 교사들이 한꺼번에 사표를 제출, 남아있는 교사들마저 사기가 떨어질대로 떨어진 상태다.
구미의 50대 교사는 “근본적으로 젊은 교사들의 마음가짐이 우리세대와는 다르긴 하지만 교원정년단축과 교육여건개선사업 등 교육부의 한치앞도 내다보지 못한 정책들이 이같은 일을 발생시킨 가장 큰 원인”이라고 흥분했다.
김사웅 경북도교육청 초등교육과장은 “내년도 400명의 교사를 모집할 계획이었으나 사직사태로 이런 행정행위는 아무런 의미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고 허탈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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