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맛의 드라마 ‘피아노’

우리는 매주 수목 오후 9시55분 SBS에서 또 하나의 진부하고도 복잡한 사랑이 감정과 몰입된 감동적인 드라마의 세계를 만난다.
‘피아노’.
특별하게 유명한 스타도 보이지 않는 그러나 범상하지 않은 개성파 연기인들의 터질듯한 연기력과 끼의 발산이 한 시간짜리 화면을 가득 메운다.
표준말과 전라도 사투리가 가득 찬 요즘의 드라마속에서 오랜만에 만나보는 경상도 사투리가 부산을 배경으로 깔리고, 힘없고 단순한 성격의 3류깡패 한억관(조재현분)의 지고지순한 사랑과 감동적인 인생행로가 주 줄거리.
고수와 조인성, 김하늘등 신예들이 펼치는 억제와 눌림, 희생과 미움, 고통과 갈등이 점철된 그리고 한편으로는 인간의 원초적 정이 담뿍 담긴 수작이다.
애틋하면서 절제하는 이복 자식들의 사랑에 헌신적 사랑과 희생의 삶을 이어나가는 아비의 마음이 가슴을 찡하게 울려준다.
‘여인천하’ ‘태조 왕건’‘명성황후’‘상도’등 사극이 TV를 장악한 가운데 현대 멜로 드라마 ‘피아노’가 분전을 하면서 시청률 수위에 오르내리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전체적인 극본 내용은 다른 드라마와 다를 바 없을지 몰라도 이 드라마가 주는 신비한 마력이 있다.
먼저 한억관이 보여주는 옛 머슴과 같은 어리석음과 우직함, 순수한 마음과 지독한 사랑, 몰입하고 절제하는 조재현만의 특유한 색깔이 가득하다.
한편으로는 요즘 유행하는 판타지 소설 및 영화, 만화처럼 영적인 향기가 드라마 밑바탕을 채우고 있다. 가벼운 사랑과 상큼한 젊음만 있는 다른 드라마와 매우 비교가 된다. 하지만 요즘 우리 사회가 우려하는 깡패세계가 주 배경이 된 것은 진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우리 TV가 방영하는 드라마 수는 거의 세계 최고의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벼운 사랑을 엮은 멜로물이나 가정의 따스함을 그린 드라마, 역사적 사실을 각색한 사극, 폭력와 정치의 세계를 그린 시대극, 일본풍과 만화적 요소가 가미된 예쁜 현대극등 다양하다. 많은 수와 질의 비판에 앞서 역설적으로 이런 시도가 동남아 세계에서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는 한류의 큰 배경이 아니였을런지...
오늘 또 다른 맛의 드라마를 보면서 아쉬움을 가지고 다음 수요일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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