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군의 스피드·강펀치 장점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 고생하시는 엄마에게 효도하고 싶습니다.”
복싱 유망주 여영철(영주중 2)은 “고된 훈련이 짓누를수록 투지가 되살아난다”며 나이와 어울리지지 않는 어젓함을 보였다. 육중한 샌드백을 두들기는 매서운 눈매에는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초등학교 4학년때 아버지를 여윈 여영철은 홀어머니 밑에서 ‘자유분방’하게 자라며 동네에서 주먹깨나 쓰는 골목대장 노릇을 했다.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인해 자칫 비행청소년이 될 뻔했던 여영철은 복싱선수가 된 이후 인내심을 길렀고 이제는 누구보다 착실한 선수로 거듭났다.
여영철은 복싱 입문 10개월만인 지난해 전국소년체전에서 당당히 은메달을 획득해 타고난 자질을 뽐냈다. 쭉 빠진 몸매에서 터져나오는 원투 스트레이트는 고등부와 맞먹는 강력한 위력을 자랑한다. 영주 남부초 4학년때 육상을 시작한 여영철은 이때 익힌 스피드를 바탕으로 정교한 아웃복싱을 구사한다.
여영철을 발탁한 이진희(33) 영주중 감독은 “순발력과 스피드가 발군으로 빠르고 정확한 원투스트레이트가 강점이다. 공격시 커버링이 처지는 단점을 보완한다면 앞으로 전국무대를 평정할 재목이다”고 치켜세웠다.
이 감독은 “복싱 동아리에서 운동하는 영철이를 본 순간 ‘물건이다’는 느낌을 받았다. 몸이 날렵한데다 주먹이 다부져 한눈에 복싱선수로서의 자질이 보였다”고 말했다.
여영철은 엄마와 단둘이 사글세방에서 산다. 궁핍한 살림이지만 국가대표의 꿈을 키워가는 이들의 보금자리는 샘솟는 희망으로 훈훈했다.
공공근로를 하며 외아들을 뒷바라지하는 최영숙(51)씨는 “남들처럼 고기한번 실컷 먹이지 못해 가슴이 아프다. 아버지 없는 설움속에서 열심히 운동하는 영철이가 정말 대견스럽다”며 말끝을 흐렸다.
부모의 애정을 받는 주위의 친구들을 보면서 여영철은 아빠의 사랑이 눈물겹도록 절실했고 그럴때마다 이를 악물고 샌드백을 치며 복싱선수로 성공을 다짐했다.
여영철은 “나만 믿고 살아가시는 엄마를 실망시키지 않기위해 기필코 태극마크를 따내겠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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