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여성의 전화 매년 1천명이상 피해 호소

결혼한지 15년된 가정주부 정모(39 대구시 서구 비산동)씨는 결혼 직후부터 계속된 남편의 폭행으로 인해 지난해 9월 1남2녀의 자녀를 데리고 가출했다.
정씨는 노동으로 근근히 생계를 꾸려가던 남편이 매일 저녁때만 되면 아무런 이유없이 폭행하고 심지어 아이들에게까지 폭행을 일삼아 참다 못해 가출, 이혼 상담을 위해 가족폭력상담소를 찾았다.
고등학교 2학년인 최모(17)양은 독재적인 아버지로부터 20년간 폭행을 당해 온 어머니를 대신해 가족폭력상담소에 도움을 요청했다.
최양은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거의 매일 폭행을 당하면서도 연년생인 남동생 때문에 이혼을 못하고 있는 것을 보다 못해 이혼을 할 경우 양육비가 어떻게 되는지 문의하기 위해서 상담소를 찾은 것이다.
또 김모(25)씨는 상습적으로 누나를 폭행하는 매형을 처벌하거나 못하게 하는 방법이 있는 지를 문의하기 위해 상담소의 문을 두드렸다.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가정이 폭력으로 얼룩지면서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특히 가부장적인 사회통념상 가정에서 일어나는 부부간 문제는 쉬쉬하며 숨기는 경향이 많아 실제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폭력사례는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구 여성의 전화에 따르면 지난 98년이후 매년 1천여명 이상이 가정폭력 피해를 호소하며 문을 두드리고 있다.
연령별로는 30~40대가 전체의 70%대를 차지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 20대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로, 상담자 대부분이 이혼을 결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경우 대부분 사소한 말다툼으로 시작해 폭력, 가출, 이혼 등 가정붕괴로 이어져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잇다.
그러나 웬만한 가정폭력은 처벌보다 선도나 면담선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아 가해자 대부분이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는게 현실이다.
대구 여성의 전화 고명숙 사무국장은 “우리사회에 뿌리박힌 유교적 전통으로 인해 가정내 남성들의 폭력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며 “가정폭력에 대해 법적·제도적 장치 강화와 함께 남성들의 의식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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