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현대사회 인간군상 표현…유럽영화인들 공감 갈채 쏟아져

“제가 이 영화를 만들 때부터 모든 관객을 즐겁게 해줄 자신은 없었습니다. 다행히 유럽의 영화인들이 많은 공감을 표시해 다음영화를 만들 힘을 얻었습니다.”
제52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부문에 ‘낙타(들)’(제작 화인커뮤니케이션스)를 출품시킨 박기용(41ㆍ한국영화아카데미 주임교수) 감독은 13일 오후 7시 바빌론극장을 끝으로 5차례의 시사회를 마친 뒤 만족한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영화제를 거쳐 왔는데 많은 사람이 좋아할 영화는 아니지만 특별한 매력이 있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처음에 얼마간 보다가 나간 사람도 있지만 끝까지 자리를 지킨 사람은대부분 갈채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11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소개된 ‘낙타(들)’는 40대 안팎의 유부남과 유부녀가 서해안 월곶으로 짧은 여행을 떠난 뒤 여관에서 몸을 섞고 이튿날 헤어진다는 줄거리의 저예산영화. 디지털카메라라는 첨단 장비와 복고풍의 흑백 영상으로 일상의 단면을 포착했다.
“당초에는 ‘모텔 선인장’에 이어 ‘사막’을 거쳐 ‘낙타(들)’까지 3부작을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30대 중반 남녀의 이야기를 그리는 ‘사막’의 제작비마련이 여의치 않아 세번째 이야기로 건너뛴 것이지요·” 그의 설명에 따르면 사막은 척박한 현대사회를 상징한다. 선인장은 유일하게 사막에서 뿌리내리고 사는 식물이며 낙타 역시 유일하게 뜨거운 태양과 메마른 모래에서 견뎌낼 수 있는 동물. ‘낙타(들)’의 주인공은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을 걸어가는 낙타처럼 목표지점 없는 인생항로를 쉼없이 걸어가는 인간군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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