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속의 파이프

인체에서 가장 큰 기관은 무엇일까? 아마도 대부분 간 또는 폐가 아닐까 생각하며 고개를 갸우뚱하겠지만 정답은 “내피세포”이다. 내피세포란 혈관의 안쪽을 싸고 있는 막을 만들고 있는 세포들이다. 집으로 치면 상수도나 하수도 파이프 안쪽에 도금해 놓은 것을 말하는 것이다. 전신에 있는 내피세포는 전부 1조만큼 있고 모두 합하면 그 무게가 간보다 더 많이 나가고, 전체의 넓이로 치면 테니스코트 여섯 면 보다 조금 더 넓을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최근 이 내피세포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내피세포들은 단순히 혈관 내부를 싸고 있는 구조물이 아니라 여러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고 이의 이상이나 기능 부전이 동맥경화증의 첫 신호라고 여겨지고 있다고 한다. 담배를 피우거나 혈압이 높거나 콜레스테롤이 높으면 내피세포의 이상이 유발되기 시작하고 이것이 점점 심해 지면서 혈관이 점점 막혀가는 것이다. 최근 이 내피세포의 기능을 검사하고 평가하는 방법들이 연구되면서 동맥경화증을 조기에 발견하고 위험인자를 조기에 조절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 되어지고 있다.
모름지기 상하수도의 파이프가 좋아야 수도물도 잘 나오고 하수도 잘 빠져 나가는 법이다. 이 파이프 안에 부식이 많이 되면 파이프가 막히거나 터져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우리 몸도 이것과 똑 같다. 혈관이 좋아야 혈액순환이 잘 되고 온몸의 장기들이 제 기능을 잘 하게 되는 법이고 혈관이 막히기 시작하면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뇌혈관이 막히면 중풍이 오고, 심장혈관이 막히면 심근경색이 오며, 장혈관이 막히면 장괴사에 의한 복막염이 오게 된다. 이처럼 일견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여러 질환 들도 사실은 다 같은 원인인 혈관 이상으로 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몸의 혈관을 보호해야 한다. 특히 혈관내의 내피세포를 보호해 주어야 한다. 집의 파이프야 낡으면 갈아 버리면 되지만, 우리 몸의 혈관은 갈아 버릴 수가 없어 우리가 수명을 다 할 때까지 아껴가며 써야만 한다. 담배를 피우면 이 혈관 파이프를 안쪽에서 북북 긁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혈압이 높은 데 조절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몸속의 파이프, 혈관을 보호하고 아끼는 것은 건강의 필수 조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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