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극 멈추게 한 老敎師의 용기

1999년 4월 미국 콜로라도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유혈극이 벌어졌었다. 몇몇 학생들이 총을 들고 학교에 들어와 학생들을 향해 마구 쏘아댔다. “사람들이 공연히 죽이고 싶도록 미웠다”는 것이 이유였다. 13명이 숨진 이 사건은 전 세계를 경악시켰고, 인성교육에 대한 인식을 재환기시켰다.
그 비슷한 사건이 최근 독일에서 일어났다. 4월 26일 에어푸르트시에 있는 구텐베르크중등학교에서 교사 13명, 학생 2명, 경찰관 1명이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범인은 그 학교에서 퇴학당한 19세 소년이었다.
로베르트란 이름을 가진 이 학생은 대학입학자격시험에서 2번이나 낙방했고, 기말시험을 피하려고 가짜 진단서를 제출했다가 발각돼 퇴학을 당했다. 보복을 결심한 그는 2군데의 사격클럽에 가입했다. 부지런히 연습해서 그는 명사수가 됐다.
사격클럽 회원은 총기를 구입할 수 있으므로 그는 권총과 자동소총, 그리고 실탄 1천2백발을 샀다. 범행일시를 ‘대입자격시험 치르는 때’로 잡고, 평소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에게는 “이 날에는 학교에 가지마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검은 복면을 하고 수학시험이 시작되는 교실에 들어갔다. 그리고 20분 동안 총탄을 퍼부었다. 교사들만 겨냥해 쏘았고, 명사수였던 그는 교사들의 머리를 정확히 맞추었다. 학생 2명은 튀어나온 유탄에 맞아 희생됐다. 아무도 그를 제지하지 못했다.
이 때 용기있는 스승 한 분이 나섰다. ‘라이너 하이제’라는 60세된 역사선생님이었다. 그는 유혈이 낭자한 교실문을 열고 들어서며 침착하게 범인 앞으로 다가갔다. 범인의 자동소총은 교사의 가슴을 겨누고 있었다. 역사교사는 말 없이 범인의 복면을 벗겼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로베르트, 무슨 짓이냐. 더 이상의 살해는 아무 의미 없다. 더 죽이고 싶다면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나를 쏴라”
“아닙니다. 선생님. 오늘은 됐습니다. 이제 아무 흥미도 없습니다”
범인은 총을 내려놓았고, 빈 교실에 감금된 그는 잠시후 권총으로 자결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동물중에서 인간이 짐승과 다른 점은 ‘가장 잔인할 수도 있고 가장 善良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크메르 루즈의 자국민 대학살, 밀로세비치의 인종청소, 제2차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인들의 생체실험과 대학살, 최근 인도에서 벌어진 힌두교도들의 이슬람교도 고문 학살 등등 ‘인간일 수 없는 잔혹행위’는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다.
원숭이중에서 사람과 가장 닮은 침팬지는 전쟁을 벌이기도 하고 적들을 무참하게 죽이기도 한다. 사람은 침패지의 DNA를 99% 닮았다. 사람의 지능은 침팬지보다 더 진화했고, 덩달아 ‘잔인성’도 함께 진화했다.
그래서 인간은‘가장 잔인한 동물’이 됐는데, 다행히 사람은 ‘안전장치’를 마련할 줄도 알았다. 그 안전장치가 바로 ‘敎育’이고, 그것을 맡은 주역이 ‘敎師’이다. 구텐베르크인문계중등학교 老敎師‘라이너 하이제’선생에게서 그 교육과 교사의 典型을 보게 되는 것이다.
동양의 古典 교과서들은 한결같이 “먼저 인간이 되라”고 외친다. 공자, 맹자, 노자, 순자, 장자 등등 모든 ‘인류의 스승들’이 평생을 두고 한 일은 ‘인간의 잔인성을 누르고, 선량한 면을 키워낼 방법’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것이었다.
곧 ‘스승의 날’이 온다. 스승들은 이 날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 교과서 열심히 잘 가르쳐서 지식과 기술을 잘 전수하고 그래서 시험점수 잘 받는 학생을 길러낸 것으로 만족하는 스승이 아니라, 총 들고 미쳐날뛰는 제자 앞에 가슴을 들이밀고 “나를 쏘라!”라고 말할 수 있는 스승이 될 수 있다면, 그 교사는 스승의 날이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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