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봄이 무르익는 향내에 이끌려 아이들과 모처럼의 나들이를 했다. 갈 때마다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운제산은 오어사가 자리하고 있고 아이들과 오르기 쉬운 등산로가 있었다. 그 날은 등산을 하기로 했다.
가는 길에는 모두들 설레임과 기대로 가득 차있었는데 오어사 주차장에는 휴일이라 많은 등산객들이 모여들어 자동차가 뒤엉켜 버리는 바람에 짜증스러웠다. 한참을 기다려 겨우 주차장 한 구석에 주차를 하고 등산로가 시작되는 입구에 들어서니 상쾌한 숲속 향기가 그동안 잊고 지냈던 고향의 냄새를 물신 풍겨 주었다. 총총히 내질러져 있는 좁은 계단 길을 조금 오르니 숨이 턱 막혔다.
뒤따라오던 젊은 연인이 우리를 앞질러 가고 있었다. 젊음과 힘이 넘쳐나는 연인들을 보며 우리도 힘을 내었다. 연초록 나무 사이사이로 가늘고 곱게 비집고 들어오는 빛줄기가 새로운 희망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아내와 한참을 밀어주고 끌어주고 하면서 올라가다 보니 어느새 까마득하기만 하던 정상이다. 낮은 산봉우리지만 그래도 운제산의 정상이다. 하늘에 가까운 곳에서 부는 시원한 바람이 상기된 볼의 열을 식혀주었다.
아내가 아침부터 정성스럽게 준비한 김밥을 풀어놓고 앉으니 어느 중년부부가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했다. 중년의 여유로움을 만끽하는 것 같아 멋있어 보였다.
아이들의 두 손을 꼭 잡고 미끄러운 길을 내려오다 보니 앞서 어느 노부부가 불편한 몸을 서로 의지하며 내려가고 있었다.
“할멈, 조심혀.” “영감이나 조심하구려.” 서로 위해주며 아껴주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처음 출발했던 오어사 입구가 저만치 보였다. 그루터기에 앉아 쉬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 길만 나가면 일상 생활 속이다.
산속에서 만나 스쳐지나간 사람들은 나의 10년 전 모습과 미래의 모습이 아닐까. 살다보면 힘들고 지칠 때가 있고 때론 정상에 올라서는 만족감도 가질 때가 있을 것이다.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처음 만나 사랑했던 모습을 떠올린다면 모든 일들을 슬기롭게 이겨 갈 수 있지 않을까?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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