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 미끼에 걸린 환어 신세

환어라는 물고기는 크기도 하거니와 잘잡히지 않기로 유명하다.
자사(子思)가 위(魏)나라에 있을 때 일이다. 어떤 사람이 강가에서 낚시를 하다가 환어를 잡았다. 그 고기는 한 마리의 크기가 수레만 했다. 자사가 그에게 물었다.“환어는 잡기 어려운 고기라고 들었소. 그대는 그 고기를 어떻게 잡았소?” 그가 대답했다.“제가 처음 환어를 잡고자 했을 때 방어 한 마리를 미끼로 썼습니다. 그랬더니 환어가 이 미끼를 물었습니다.”
자사가 탄식하며 말했다. “환어는 잘잡히지 않기로 유명한 고기지만 욕심 때문에 미끼에 걸리고 선비는 비록 도를 알고 있다고 하지만 봉록에 눈이 어두워 몸을 버리는구나!” 라고.
사회생활도 이와같다. 약간의 금전 때문에 동료를 등지고 내사람 하나를 쓰고자 조직의 질서를 파괴한다.
훌륭한 뜻을 품었던 사람도 몸을 버리는 경우를 종종본다. 자기의 의지를 꺾고 권세에 힘을 빌려주어 나라와 역사를 속이기도 한다.
이것이 모두 욕심때문이다. 그러나 이모든 것이 허망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되는 것이다. 문희갑 대구시장의 구속사태를 보면서 환어라는 물고기가 생각난다.
관료로서 잘 나가던 인물에다 정치적으로 나름데로 입지도 확보했고 큰소리 뻥뻥치는 배짱과 추진력까지 갖춰 3선까지 무난할 것으로 예상 하기도 했다.
평소 지나친 엘리트의식에 째째하게 돈과는 거리가 먼 인사로 보였던 문시장이 선거를 한달여 앞두고 결국 수뢰혐의로 덜커덩 걸려든 모습은 방어같은 미끼에도 꿈쩍 않다가 방어보다 더 큰 돼지 한 마리 미끼에 넘어간 환어와 닮은 꼴이다. 자기 사람이 금전 때문에 등을 돌린 모습도 유사하다.
어쩌면 이번 문시장의 구속사태는 대구시장 3선 도전에 집착하다 빚어진 것 같아서 더욱 그렇다.
지역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고 있는 이 사건은 관련자 모두의 과욕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시각과 정치판의 모사 때문에 벌어진 사태로 보는 시각도 있다.
문시장 본인으로서는 3선 대구시장 이라는 높은 뜻을 품었을 것이고 사건을 유발시킨 측근을 포함한 인사들로서는 상대방이 과욕을 가진 사람이라고 판단한데서 불거져 나온것도 같다. 동시에 정치판의 모사극에서 출발한 사태 같은 냄새도 짙다.
절친한 고교동창생으로서 문시장의 정계진출과 동시에 일등 참모였던 이씨에게 비자금 전액을 맡겼고 10여년 이상 극비리에 관리해 오다가 선거를 앞두고 터져 나온 점에 주목하면 만사가 과욕 때문에 빚어졌다는게 정답이다.
민선자치단체장 3선 도전을 위해서는 돈 욕심이 불가피했을것이라는 해답이 나오고 있다.
또 이 사건의 중심인물로 알려진 이씨 역시 아직까지 문시장에 대한 어떤 보상을 바라는 욕망이나 인간적인 배신감에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뿐만 아니라 이번 사건에 직간접으로 연루된 많은 사람들 역시 사리사욕 때문에 남의 허물 폭로에만 급급했던 것은 아닌지. 이번 사건을 지켜보는 지역민들은 씁쓸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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