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 돌아가자”

온 국민의 마음을 붉게 물들인 30일간의 성대한 잔치는 이제 막을 내렸다.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4강 신화와 붉은악마 신드롬, 길거리 응원은 우리 모두를 흥분시키고 신명나게 했다. 이는 자생적인 군중심리와 방송을 필두로 한 미디어가 만든 기막힌 합작품이었다.
잇단 승전에 과잉 흥분한 매체들이 월드컵을 확대 재생산함으로써 열기가 제어 불가능할 정도로 번졌다. 정규 프로그램이나 시청자의 채널선택권이 실종된 방송은 30일 동안 축구와 붉은악마 그리고 히딩크 감독이 점령했다.
정치는 실종되고 지방선거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으며 어두운 경제문제는 외면당했다.
한국전 이후 각 방송 뉴스는 100% 경기분석과 예상으로 채우고 밤새도록 재탕, 3탕으로 우 려냈다. 시사프로그램이나 다큐멘터리 등은 전무하고 그나마 남은 공간은 시청률을 지닌 드 라마나 오락 프로그램이 차지했다. 심지어 제2의 연평도 해전의 무거운 상황도 월드컵의 흥 분을 되돌리지 못했다.
월드컵 기간 동안 가장 흥분한 방송은 MBC로 시청률과 광고의 최대수혜자로 등장했다.
KBS 1, 2TV는 같은 경기를 동시에 방송하여 전파낭비라는 비판이 있었다. 월드컵이 국민 적 축제라는 인식 아래 방송은 일방적 칭찬으로 일관함으로써 스포츠 애국주의가 만연했고, 준결승이 끝난 후 라디오 방송의 MC가 오보를 내는 웃지 못할 촌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시 청률과 광고수주를 위한 자사이기주의는 극명하게 드러났으며, 더욱이 유치한 유료 ARS문제를 남발,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세간의 질타를 받았다.
이런 현상은 방송뿐만 아니라 신문도 마찬가지여서, 국영신문은 제호도 응원문구로 바꾸 는가 하면 제호보다 굵은 통단 활자로 지면을 설계했다. 신문사마다 월드컵에 과잉 흥분하 여 특집 및 호외를 뿌리고 통판에 가까운 사진과 화려한 문구로 도배했다.
잔치는 끝났지만 당분간 그 여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골인 장면은 지겹도록 보여줄 것이고 4강 주역들의 이면을 집요하게 파고들 것이다. 이제 방송을 비롯한 매체들은 흥분을 추스르고 국민을 평상심으로 돌려주어야 한다. 월드컵에서 나타난 폭발적인 에너지를 국운융 성으로 승화시키는 데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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