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약 먹으면 살찐다” 빈말

한의원에 오기는 왔는데 한약 먹고 살찔까봐 걱정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왜 이런 말이 생겼는지 분명히 알아보고 사실이 어떤지도 분명히 알아두어야겠다.
주로 한약을 먹으면 입맛이 좋아지니 많이 먹게 되고 그러면 살찌는 것 아니냐고 많이들 생각한다. 이 말이 듣기에는 아주 그럴듯하다. 그러나 잠깐 생각해 보자. 보통 건강한 사람이 식욕이 없는가? 아니다. 그런 사람들이 비만해지는가? 그것도 아니다.
보통 건강한 사람들은 자기 키에 알맞은 체중을 유지하면서 식욕도 좋으며 적당히 먹고 나면 배가 불러 자연히 과식을 하지 않게 된다. 반면에 살찌는 사람들 중에는 식욕이 좋다기보다 식욕항진이라는 증세가 있어 절제하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게 과식을 하고 있으며 시장기를 비정상적으로 빨리 느껴 간식을 자주 하게 된다.
한약의 궁극적 목표는 모든 기능을 정상화시키는 것이다. 입맛이 없는 사람은 위장이 식은 것이니 다시 활동적으로 되도록 도와주고, 앞에서 말했듯 식욕이 지나치게 좋고 허기가 잘 지는 사람은 위장이 달아올라 있는 것이니 이를 바로잡아서 식욕항진이 없어지고 허기지지도 않게 하여 과식을 하지 않아도 되게끔 해주는 것이 한약이다.
체격에 있어서도 야윈 사람도 뚱뚱한 사람도 정상이 아니니 보통 체격이 되도록 도와주는게 한약이지 야윈 사람이 한약 먹고 뚱뚱해진다든지 뚱뚱하던 사람이 한약 먹고 말라깽이가 되도록 하는 게 한약이 아니다.
이렇게 설명해 줘도 아직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주위에 보니 한약인가 보약인가를 얼마쯤 먹고 난 뒤로 밥을 막 먹었더니 결국 뚱뚱해졌다는 사람들이 여럿 있더라는 것이다.
물론 한약을 잘못 써서 위장이 달아오르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막힌 도랑에 물 붓기 격으로 뻑뻑한 위장(습울)에 걸쭉한 보혈제(사물탕, 육미지황탕 등)를 남용한다면 위장이 더 달아올라 식욕항진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비전문인이라면 몰라도 정식 교육을 받은 한의사라면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오히려 한약 탓이라기보다 요즘같이 비만해지기 쉬운 환경이 문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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