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업계 예금·대출상품 판매 급증
재테크 목적보다 불안해소 참여 많아

외환시장이 급변동하면서 환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출시된 예금·대출 상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원래는 환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상품으로 설계됐지만 고수익·고위험을 즐기는 프로급 개미들은 해당 상품을 재테크 목적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지난 5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해 12월 출시한 환위험회피형 대출 상품인 ‘프리커런시론’을 4월말 기준으로 3천500억원 어치 판매했다.

이 상품은 출시 직후에는 한달에 500억원 어치씩 판매됐지만 4월들어 1천억원으로 급격히 불어났다.

프리커런시론은 환율변동 예측에 따라 유리한 통화를 개별 혹은 복수로 대출 받고 도중에 외화와 원화대출간 전환도 자유로운 상품이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는 등 외환시장이 불안해지면서 해당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던 것이다.

특히 외화대출을 받은 후 원화로 갚을 수 있는 옵션이 부여돼 있다는 점에서 원·달러 환율 하락기에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즉, 지난해말 10만달러를 대출받은 기업의 경우 당시에는 1억12만원을 갚아야 했지만 현재는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9천400만원만 상환하면 된다.

상환 통화가 원화이기 때문에 원화 강세 현상이 심화되면 상환 금액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난다.

외국통화를 중도해지 없이 변경할 수 있는 기업은행의 ‘카멜레온 외화정기예금’도 최근 잔고가 크게 늘었다.

이 예금의 잔고는 지난해 12월말 418만4천420달러였지만 현재는 455만6천866달러로 10% 가까이 늘었다.

가입대상 외화는 달러화, 엔화, 유

로화, 파운드화 등 4가지로 예금을 중도해지 않고 통화를 변경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기업은행의 경우 최근 가치가 급락한 달러 및 엔화 예금 잔고도 크게 늘어나고있다.

달러화 예금잔고는 지난해 12월말 9억9천400만달러에서 4월말 12억6천200만달러로 늘어났고 엔화 예금잔고는 같은 기간 219억엔에서 284억엔으로 증가됐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최근 달러화 및 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반등 타이밍을 노리는 고객들이 상당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중소기업체의 대표 및 임원들이 개인 차원에서 해당 상품에 가입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의 외화체인지업 예금도 지난달말 기준 잔고가 1월말 대비 10% 이상 늘어났다.

이 상품은 달러, 엔, 유로 등 외국 통화로 자유롭게 입·출금을 할 수 있고 또 미리 정한 환율로 자동매매까지 가능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환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이를 기회로 생각하는 시장 참여자들도 늘어나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까지는 재테크 목적보다는 환 헤지 차원에서 접근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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