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기자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그런데 포항을 비롯한 전국 상당수 학교가 임시휴일로 지정해 제자없는 스승의 날로 변해버렸다.

스승의 날은 지난 1958년 5월 8일 청소년 적십자 단원들이 세계적십자의 날을 맞아 병중에 있거나 퇴직한 교사들을 위문하기 시작하면서 스승의 날을 제정하는 의견이 제기된 뒤 64년 불우한 퇴지교사와 질병에 걸린 교사를 위로하자는 취지로 스승의 날을 정했다.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탄신일이기도 한 5월 15일을 스승의 날로 전한 청소년 적십자단원들은 이후 매년 기념식을 가졌으나 1973년 국민교육헌장 선포일로 통합폐지됐다가 1982년 다시 채택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하지만 스승의 날은 이후에도 2세 교육을 위해 헌신해 온 스승에 대한 감사의 뜻을 기리고, 불우한 퇴직 은사와 와병중인 교사를 방문해 위로하겠다는 당초의 취지는 퇴색되고, 촌지와 값비싼 선물로 얼룩지면서 급기야 촌지를 없애기 위해 임시휴일이라는 극단의 조치가 내려진 것이다.

결국 스승의 은혜를 기리고 보답하기 위해 마련한 스승의 날에 우리의 교사들은 제자없는 빈교실을 지켜야 하는 처지가 돼 버렸다.

어쩌다 우리의 스승상이 이렇게 되고 말았나?

촌지를 받지 않기 위해 임시휴일을 허용한 교육당국이나, 은혜에 보답한다는 이름으로 촌지와 값비싼 선물로 우리의 스승들을 궁지로 몰아넣은 학부모들이나 모두가 한심스럽기 그지없다.

오늘 하루 집에서 쉬고 있을 우리의 학생들은 스승의 날을 그저 하루 쉬는 날로 잘못 인식하지 않을지 근심이 앞선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스승에 대한 존경심마저 빼앗아 가버리지나 않을지 마음이 졸여진다.

스승은 부모와 임금과 일체라는 우리의 전통의식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늘 존경스런 존재들이며, 스승이란 제자가 곁에 있을 때 비로소 그 빛을 발할 수 있는 존재다.

그러한 스승들에게서 제자를 빼앗는 것은 분명 범죄행위요, 우리 나라의 미래를 빼앗는 행위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오늘 아침 자신의 아이만을 생각해 온 학부모와 그들로부터 받는 작은 촌지를 당연시 해온 극히 일부의 교사들과 일부의 여론이 무서워 임시휴일을 허용한 교육당국의 단세포적 발상으로 인해 우리의 자녀들이 스승을 잃고, 우리의 존경스런 스승들이 제자를 잃은 사실에 우리 모두가 책임이 있음을 반성하자.

그리고 우리의 미래를 위해 오늘도 2세 교육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스승들의 숭고한 정신이 바래지지 않도록 잘못된 관행을 고치고 교육의 본질적 사명을 되찾을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