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구의 건강칼럼

우리가 개인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조절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는 생활습관 중 사실은 유전자와 깊이 관련된 것이 있는데 잠이 대표적이다. 왜 인간은 낮에 활동하고 밤에 자는 것일까? 너무도 당연한 이 사실도 유전자와 관련지어 연구해보면 참으로 오묘한 진리에 접근하게 된다. 단순히 낮에 활동해 피곤하니까 밤에 잠이 오는 것도 아니고 밤에 잠을 푹 잤으니까 낮에 별 무리없이 활동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 반복적인 생체리듬에는 멜라토닌과 세로토닌이라는 중요한 호르몬이 작용하고 있다.
멜라토닌은 해가 지면 분비돼 잠을 편하게 자도록 하는 반면, 세로토닌은 해가 뜨면 분비돼 안정적으로 낮시간에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호르몬이다. 이 호르몬들은 뇌신경세포 속에서 분비되는데 뇌신경세포 속에는 이들 호르몬을 생산해내는 멜라토닌 생산유전자와 세로토닌 생산유전자가 있다. 희한하게도 해가 지면 멜라토닌이 분비되고 해가 뜨면 세로토닌이 분비돼 저절로 졸음이 오게도 하고 잠에게 깨어나게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호르몬 생산유전자가 잘못되면 어떻게 될까? 아무리 자고 싶어도 밤에 멜라토닌이 나와주지 않으면 불면증에 걸리게 되고 아무리 편안한 마음을 갖고 싶어도 세로토닌이 나와주지 않아 마음이 불안해진다. 또 너무 과하게 분비돼도 지나치게 잠을 많이 자거나 기분이 가라앉게 된다. 이 중 우울증은 세로토닌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세로토닌은 마음을 평온하게 하는 호르몬이라고 했다. 이 호르몬이 분비되지 않으니 자연히 마음이 불안해지고 우울해지는 것이다.
그러면 왜 세로토닌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을까? 세로토닌 생산유전자가 비활성화돼 더이상 호르몬을 생산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전자가 비활성화된다는 것은 사용하지 않아 필요가 없어졌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늘 불안해하고 걱정하면서 사는 사람에게 세로토닌이 필요할까? 불안해하고 걱정하는 일이 오래 지속되면 세로토닌 대신 스트레스 호르몬만 활발하게 분비된다. 세로토닌이 분비될 필요가 없어지면 나중에는 아예 세로토닌 생산유전자가 녹슬어버린다. 정작 필요한 때가 와도, 또 사람이 아무리 편안해지고 싶어도 꼼작도 않고 켜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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