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은 단순히 양분됐던 두 체제의 정치·경제적 통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토와 국민생활의 근간을 이루는 SOC인프라 구축이 이루어져야 한다.
끊어진 도로, 철도, 토지 등을 통합하고 총체적인 국토공간구조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청사진이 필요하다.
우리의 국토는 전쟁으로 인한 폐허의 잿더미 속에서 두 동강이 났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50여년 동안 국토는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발전해왔다.
남쪽은 70년대초를 시발점으로 제1차 국토종합개발계획이라는 이름으로 개발시대를 열었고 이어 제2·3차 국토 종합개발계획이 커다란 성과를 거두며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냈다. 4차 국토종합개발계획이 추진되고 있지만 신행정수도 입지를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출발, 대폭 수정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백지상태에서 신행정수도 중심으로 다시 입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쨌든 개발시대의 국토종합개발계획이라는 국가적 청사진이 있었기에 북한과 차별화 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난(亂)개발이라는 국토의 몸살이 있었지만 지금은 선진국을 향한 길목에 서 있다.
이에 반해 북쪽은 폐허의 국토가 그대로 남아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로, 철도, 공항, 항만, 지역간 광역교통망, 도시하드웨어 인프라 구축 등 총체적인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고속도로는 총연장 2천km를 이미 넘어섰고 포장률은 100%이지만 북한은 총연장 640여km에 포장율은 20%대에 머물고 있다.
고속도로, 일반국도, 지방도를 포함하면 남쪽은 총연장 8만km에 육박하나 북쪽은 2만3천km에 불과하다.
전체도로의 포장률은 남쪽이 80%대인 반면 북쪽은 8%대에 머물고 있다.
10배 이상의 격차가 나고 있다. 북쪽의 도로 설계속도는 30∼40km/h에 그쳐 도로기능을 상실하고 있는 실정이다.
철도의 경우 북쪽은 총연장 5천여km이고 대부분 단선으로 건설돼 있으나 남쪽은 총연장이 6천600km에 이르고 있다.
북쪽에는 또 인천국제공항에 버금가는 허브공항이 없다. 국제공항이라고 하지만 지선공항정도의 규모도 명맥만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은 외국과의 교류단절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북쪽의 항만은 주 교역국인 러시아, 중국과는 육로로 연결되고 동서해안이 분리되어 화물수송분담율이 2%에 불과하다. 북한의 하역처리능력은 연간 3천500만t이나 남한은 3억t이다. 이것 또한 10배 정도의 차이가 난다.
북쪽은 전력 또한 심각한 실정이다. 북쪽의 전력은 약 700만kw이나 남쪽은 3천300만kw이다. 통신은 북한이 130만 회선이나 남쪽은 2천만 회선이 넘는다.
이처럼 남쪽과 북쪽은 SOC분야와 통신·전력분야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반세기 동안 너무나 이질적인 발전이 이루어져 왔음을 알 수 있다.
통일 후 국토의 불균형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통일이전에 남쪽의 국가균형발전을 완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서독의 경우 통일전 국가균형발전을 완성했다. 통일이 되고 난뒤 서독은 동독을 위해 천문학적인 통일비용을 쏟아부었다. 서독이 경제위기에 몰리면서도 이를 극복해가고 있는 것은 통일전 국가균형발전을 이룩했기 때문이다.
통일비용중에서 SOC 인프라 구축에 가장 많은 재원이 투자돼야 한다.
서독의 예에서 보듯 우리도 지금부터 남쪽의 국가균형발전과 더불어 도로, 철도, 공항, 항만, 통신, 전력 등 다각적인 청사진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높게 일고 있다. 이와함께 통일 후 토지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고려해야 하고 사유재산이 없는 북쪽의 분배방식을 심도있게 연구해야 한다.
통일후 SOC분야별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먼저 남쪽의 국토 면적은 9만8천477㎢로 북쪽의 12만2천370㎢에 비해 81% 수준이지만 인구는 북한(2300만여명)에 비해 2배에 달한다.
이러한 국토여건을 감안해 SOC 인프라 위주로 추정해보면 도로는 통일후 최소한의 남쪽수준에 버금가는 인프라구축을 위해 북쪽에 고속도로, 일반도로, 지방도로 등을 포함해 최소한 2만5천km의 신설이 필요하다.
철도는 최소한 5천여km의 개·보수가 필요하며 복선화 연장도 1천300여km가 더 요구되고 있다. 공항은 통일후 최소한 1개의 허브공항이 필요하고 항만도 1억5천만t이상의 하역능력 확충이 불가피하다.
통신은 1천100만 회선이상, 전력은 2천500만kw 이상이 확충돼야 한다.
관계기관에서 통일비용을 추산한 결과 약 170조원이 소요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전체 통일비용 가운데 도로부문이 절반에 이르는 88조원으로 가장 많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남쪽에서 모든 통일비용을 조달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통일시대에 대비한 대구·경북의 청사진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대구·경북은 국토면적의 약 10%에 육박하는 광활한 면적을 보유하고 있다.
미개발지역과 우수한 청정지역이 많아 미래자원의 보고요, 통일시대의 꽃을 피울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이 있는 곳으로 대구 경북이 꼽힌다. 따라서 충청권 신행정수도와 더불어 경북북부권 시대와 환동해권 시대를 열기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통일시대에는 가장 빠른 접근로 구축이 시급하다. 지역의 남북축 연결을 통한 통일시대의 북쪽접근로를 확보해야 한다. 경부고속철도 신경주역, 동대구역, 김천역을 통해 3시간대에 평양에 접근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통일이 되면 1일생활권 시대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이제 거역할 수 없는 통일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인류의 번영과 한반도의 운명은 통일에 달려 있다. 부강한 국토건설을 통한 동북아의 중심국가 건설을 위한 청사진과 함께 통일시대 대구·경북의 전략도 지금부터 세워나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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