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아트선재미술관, 17일~10월31일 ‘주명덕 회고전’

홀트씨 고아원

경주 아트선재미술관은 오는 17일부터 10월 31일까지 ‘주명덕 회고전’을 개최한다.

경주아트선재미술관 전관을 재공사 한 후 처음 선보이는 이번 사진전은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계의 대표적 원로인 주명덕의 40년 작품생활을 정리하는 대규모 작품전이다.

지난 40여 년간 변화해온 작가의 작품세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함은 물론, 관련 자료전까지 함께 마련됨으로써 ‘시대적 초상으로서의 사진’이라는 기록적 특성에 주목하는 전시가 될 것으로 보인다.

500여점의 사진작업과 관련자료들은 작가의 작품세계를 크게 습작시기 및 ‘홀트씨 고아원’, 다큐멘터리 사진 중 월간중앙 시기, 한국미의 탐구시기, 풍경(자연풍경·도시이미지), 헌정사진 및 인물사진 순으로 나열해 연대기적 구성을 보여준다.

인천 중국촌

특히 한국 현대사진사에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가의 작품세계를 생생하고 풍부하게 보여주기 위한 방법으로 작품들을 당대의 상황이란 사회적·역사적 맥락에 따라 연출하게 된다.

주명덕씨는 전쟁의 상처를 안고 있는 혼혈아들, 인천 차이나타운, 고아 등 근대화의 뒤안길에 잊혀져간 기억을 되새겨주는 사진을 통해 본격적인 사회적 기록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그 작품들을 계기로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계의 르포르타주의 개척자로 불리게 됐다.

1960년대 초반 현대사진연구회에 가입, 사진을 처음 시작하던 당시 한국사진의 주류는 생활주의 리얼리즘이었다. 그런 영향 속에서 사진을 시작한 이후 그는 1966년 ‘홀트씨 고아원’ 전시와 3년 뒤 발행된 사진집 ‘섞여진 이름들’을 통해 사회적 이슈를 추적해 반향을 일으켰다.

한국 르포르타주의 개척자로 평가받은 주명덕은 1968년 월간중앙기자로 입사, 그 후 1970년대까지 다큐멘터리 사진을 통해 당대의 시대상황을 적극적으로 표현했다.

1970년대 유신시절, 다큐멘터리 사진을 발표할 지면과 장소를 제한 당했던 상황에서 그는 근대화 과정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한국’의 여러 문화들을 사진작업으로 보여준다. 절의 문살, 강릉 선교장 등을 찍은 사진이나 풍경을 다룬 사진과 한국의 아름다움을 탐구해온 작업에서도 한국 사회에 대한 작가의 관심과 애정은 변함없었다.

1980년대 작가는 한국적 자연을 소재로 삼은 작품을 많이 발표하게 된다. 이 시기에 작가가 표현한 한국의 자연은 ‘무엇의 배경’이 아니라, 그 자체로 내면과 서정을 갖춘 풍경이다. 특히 1990년대 본격적으로 발표하기 시작한 ‘잃어버린 풍경’ 시리즈는 오늘날 그를 대표하는 또 다른 사진작업으로 알려졌다.

주명덕의 사진에 등장하는 장소와 인물 중에는 이제는 변해 버렸거나 사라진 것들이 많다. 그의 사진을 접한 오늘의 관객들은 잊혀져가는 것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면서, 독특하고 애틋한 향수를 느끼게 된다.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전통, 사람들이 지닌 순박한 마음을 사진을 통해 남겨보려 작업”을 한다는 작가의 말은 사진이라는 한 매체 속에 일관성 있게 반영돼온 시선을 그대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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