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연쇄살인범 유영철(33)씨는 경찰에 여성을 감금,폭행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뒤 경찰과 고도의 심리전을 벌이며 수사망을 따돌리려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모 전화방 업주의 제보를 받고 이달 초 서울 역삼동의 한 여관에서 여성출장 마사지사를 감금,폭행한 혐의로 15일 오전 4시30분 유씨를 긴급 체포했다.
유씨는 그러나 감금,폭행 혐의를 부인하면서 "이 사건 외에 상당한 사건을 직접내가 했다.
내가 저지른 사건만 20여개는 된다"고 말하는 등 경찰수사의 초점을 초기에 흔드는 발언을 했다.
깜짝 놀란 경찰은 유씨에게 이를 집중적으로 캐물었고 유씨는 지난해 부유층 노인살해사건의 장본인이라고 말한 뒤 조사과정 중간에 간질발작을 일으키는 등 이후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은 유씨가 폭행·감금 혐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부러 엄청난 살인사건을 저질렀다고 말을 한 것으로 보였다며 간질증세를 보이고 횡설수설하는 용의자를 앞에 두고 유씨의 진술을 사실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수사팀의 한 관계자는 "(유씨가) 의식적으로 간질증세를 일으켰다"며 검거 초기감금·폭행 혐의를 흐리면서 허황된 말을 했다고 말했다.
살인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구기동,혜화동 살인사건 현장에까지 동행한 유씨는태연히 현장에서 자신이 저지른 범행을 재구성했다.
그러나 유씨는 실제 범인이 아니면서 TV뉴스 등을 보고 거짓말로 사건을 재구성하는 듯한 뉘앙스를 주기 위해 '계산된 진술'을 하기도 했다.
서울경찰청 김용화 수사부장은 "유씨를 혜화동 살인사건 현장에 데리고 갔을 때유씨가 '현장 대문에 노란 줄이 둘러져 있었다'라고 진술해 실제 살인범이 아니면서 TV에 방영됐던 폴리스라인이 쳐진 사건현장을 보고 꾸며내는 듯한 인상을 줬다"고 말했다.
다른 경찰은 최초 구기동, 혜화동 살인사건 현장 검증에서는 유씨를 살인범으로단정할 수 없었다며 수사진 내부에서도 혼선이 있었다고 전했다.
유씨는 이후 경찰 조사를 받다 16일 자정께 도주했고 도주 후 12시간만에 경찰의 불신검문으로 붙잡힌 뒤에는 일체의 범행사실을 순순히 털어놓는 한편 현장 검증에서도 범인만이 알 수 있는 객관적 범죄정황을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찰청 유현철 강력계장은 "유씨는 검거 초기에 수사초점을 흐리기 위해 횡설수설하고 범행을 인정하지도 않았다"며 "초기 현장검증과 도주 후 재검거된 뒤 현장검증의 진술이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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