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파행사태가 9일째로 접어든 5일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이해찬(李海瓚) 총리의 '야당폄하' 발언 및 국회정상화에 대한 언급을 일절 하지 않은 것을 계기로 한나라당 내부에서 강경론이 힘을 얻고 있고여당도 이 총리의 사과여부 등에 대한 뚜렷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어국회정상화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해졌다.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이 이날 오전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국회파행 사태 또는 이해찬(李海瓚) 총리의 '야당 폄하' 발언에 대해 긍정적인 언급을 하면 국회등원에 적극성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으나, 노 대통령이 아무런 언급도 하지않음에따라 당분간 강경론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미국 대선과 민생입법 등 산적한 현안을 감안해 내주에는 등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여전히 남아있어 한나라당의입장정리와 여권의 기조변화 여부에 따라 이번 주말이 국회정상화냐 국회공전 장기화냐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이날 한나라당의 무조건 등원을 촉구하면서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외교 안보 정책을 점검하는 고위당정회의를열었고,한나라당은 등원을 거부한채 이 총리 파면 여부에 대한 노 대통령의 직접 답변을 요구하며 맞섰다.
국회파행이 장기화되면서 지난 4일부터 시작됐어야 할 상임위별 새해 예산안 심사가 지연되고, 기금관리기본법 등 506건에 달하는 계류 법안의 심의 및처리도 늦춰지고 있어 국회의 장기 파행에 대한 여론의 비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열린우리당 이종걸(李鍾杰) 원내수석부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오늘오전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 원내수석부대표와 통화를 했고,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겠다"고 밝혔다. 전병헌(田炳憲) 원내부대표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어제는 한나라당의 분위기가올라있는 상태여서 오늘과 내일 냉각기를 가지면서 주말을 기해 물밑접촉을 통해 월요일부터는 국회가 정상화되도록 협상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박영선(朴映宣) 원내부대표는 "(한나라당이) 무조건 등원해야지 밖으로돌아다니면서 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도를 지나친 것 아니냐"고 반문했고, 정봉주(鄭鳳株) 의원은 "정치적 쇼의 시절을 끝났다"며 "이제 쇼의 막을 내렸으니 추운데밖에서 떨지 말고 빨리 들어와야 한다"며 한나라당의 등원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노 대통령이 라디오대담에서 국회 파행 사태와 이 총리의 '한나라당 폄하' 발언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을놓고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비난했다. 한나라당 임태희(任太熙) 대변인은 회의 브리핑에서 "당의 기조를 바꿔서등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어제 청와대에서 이총리를파면하지않겠다고 하는 것이 노 대통령의 최종 답변인지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노 대통령의 직접 답변을 요구했다. 이한구(李漢久) 정책위의장은 "국정을 수행하는 것을 보면 노 대통령이 정말 비겁하고 무책임하다"며 "총리 파면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는데 정말 옳다고생각하면전면에 나서서 거부를 해야 한다"고 말했고, 맹형규(孟亨奎) 의원은 "여권이 의회정치의 근본을 무시하고 있는데 국회에 들어가서 해본들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강경입장을 보였다.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이날 오후 김형오(金炯旿) 사무총장 등과함께헌정회사무실을 방문해 정국에 대한 조언을 들을 예정이어서 국회 파행에 대한 한나라당의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편 국회는 이날 오전 한나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보건복지위와농해수위를 열어 계류안건을 심의했으나 간담회 형식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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