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말 일부지역 농민들이 군의회 의장실을 점거, 농성을 벌인 바 있었다. 과일값이 폭락하고 구제역 파동으로 농민들이 곤경을 당하고 있는데도, 군의원들이 외유를 한다는 것은 지방자치의 취지를 무색케하는 행위라며 강력 항의했다. 지역 실정을 외면하는 의회에 대한 농민의 분노였다.
그런데 올해는 지방의원들이 아닌 지역 간부공무원의 해외연수가 농민을 실망시킬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칠곡군 의회가 정년퇴직 1년여 앞둔 8명의 간부공무원의 해외연수 예산 2천400여만원을 승인해 주었으니 하는 말이다.
해외연수 명분은 장기근속자에게 퇴직후 사회적응 능력 배양 등 사기진작이라는 것이다. 30여년 동안 해당 업무를 충실히 수행했으니 그 댓가로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것이 “뭐 그리 큰 문제가 되는가” 반문할 수도 있다. 어쩌면 사기진작 차원에서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이라 볼 수 있다. 특히 해외연수 해당자들과 내심으로는 외유를 즐기고 싶은 의원들은 말이다.
그러나 해당지역 주민과 가뭄에 고생하고 있는 농민들은 간부공무원들의 유럽연수에 부정적이다. 그것은 몇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우선 칠곡군은 군수의 공백상태에 있다. 그렇다면 간부공무원들은 군수를 대신해서 크고 작은 지역현안을 해결하기 위하여 바쁘게 움직여야 할 사람들이다.
더욱이 지금 농촌은 가뭄으로 농작물 피해가 속출하는 심각한 상황도 그 이유가 될 수 있다. 또한 연수 대상자들이 정년 1년 전후를 남겨둔 간부 공무원들이라 할 때 그들이 해외에서 보고 듣고온 내용이 실질적으로 군정에 얼마나 반영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우리의 재정 형편을 감안 할 때 단순한 위로·격려성 해외여행을 해도 괜찮을 만큼 군재정이 건강하지도 않다.
아무튼 우리 농민들은 해외연수 자체를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 시기와 방법이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이제 지방의원은 물론이고 공직자들의 해외연수가 아무런 구체적 목적과 실효성 없는 관광성 외유로 변질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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