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형 질병이 늘고 어린이들도 성인병에 잘 걸리는 지금이다. “成人들은 서양문물에 정신을 뺏기고, 어린이들은 서양음식에 입맛을 내주었다”고 개탄하는 소리가 높다. 인스턴트식품이 어린이들의 식성을 사로잡은지 오래다.
성인병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면서 우리의 전통식품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예전 어렵던 시절에 먹었던 그 맛없던 음식들이 지금에 와서 보면 대체로 ‘건강식품’이었다는 것이다. 보드라운 보리등겨를 쩌서 만든 ‘보리개떡’. 밀껍질로 빚은 ‘밀기울떡’. 쌀겨로 담근 ‘시금장’ 등이 성인병 예방에 최상의 건강식품이라고 한다.
김치에 항암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다는 것은 이미 대학교수들의 연구과정에서 드러났다. 갖은 양념으로 버무린 김치는 말하자면 ‘종합건강식품’이다. 된장찌개는 노란콩을 발효시켜 만든 식품이므로 혈관을 튼튼히 해서 중풍 등 혈관질환 예방에 탁월한 효력이 있다는 것도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발효식품은 모든 식품의 王이라는 말도 있다. 우리의 전통식품들은 대체로 발효식품이라는 점에서 그 우수성은 대단히 높다. 그런데 우리의 어린이들이 이 전통식품을 멀리하고 있으니 ‘어린이 성인병’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학교에서 조차 김치담그는 법, 된장 고추장 담그는 법, 식혜 만드는 법 등을 거의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정학과 담당교사까지 그것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교과서에도 잘 다루지 않으며, 조리실습시간에도 ‘즉석에서 만들어먹는 음식’에만 치중하니 이것이 문제다.
우리 전통식품은 만드는 과정이 복잡해서 기술이 없으면 실패하기 쉽고, 발효되기를 기다려야 하니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해서 학교 실습시간에 다루기 어려운 점도 있다. 그러나 불편하다거나 학생들이 흥미를 갖지 못한다 해서 도외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본 학생들이 김치담그는 법을 정규과목으로 채택하고 있다는데, 그 종주국인 우리는 오히려 배척하고 있으니 매우 잘못된 현상이다. 우리의 전통발효식품이 최선의 건강식품임을 재인식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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